기술력 입증… 미국 신공장도 빅테크에 ‘어필’
인텔 '지는해' TSMC '대기표' 상황서 유리한 위치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성장을 갈망한다”고 밝히는 등 의지를 드러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테슬라의 최첨단 반도체 수주를 받아내며 극적 회생했다.
한동안 저평가됐던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이 이번 계기로 인정받음에 따라 추가 수주와 실적 개선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삼성 파운드리와 계약한 165억달러(약 23조원)는 최소 수치”라며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밝혔다.
파운드리가 생산하기로 한 인공지능(AI) 칩 ‘AI6’는 이르면 2027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로봇 등 미래 생태계 곳곳에 쓰일 예정이다.
테슬라가 내년 도입할 ‘AI5’는 대만의 TSMC가 담당하지만, 그다음 세대인 AI6를 삼성전자가 맡게 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검증된 TSMC의 압도적 기술 우위 속에서도 삼성의 손을 잡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위탁생산 계약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며 “삼성의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이 ‘믿을 수 있는 기술’임을 처음으로 시장과 고객이 함께 인증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의 이번 모멘텀은 추가 대형 고객 유치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AI, 로보틱스, 엣지 컴퓨팅, 자율주행, 우주개발 등을 아우르며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테슬라가 선택했다는 것은 수율과 성능이 합격점을 받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텔은 사실상 파운드리 주류에서 물러나는 추세고 TSMC는 물량이 극도로 몰려 ‘대기표’를 뽑아야 하는 상황도 삼성 파운드리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에 건설된 삼성 파운드리 신공장도 미국 빅테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가 직접 ‘파운드리 공장이 내 집에서 멀지 않아 생산 라인을 둘러볼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미국 내 위치해 빅테크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물류비용, 공장 실사 등에서 편의성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파운드리 실적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파운드리는 올해 2분기에도 조단위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TSMC가 애플·엔비디아를 장기 수주해 영업이익과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 처럼, 삼성 파운드리도 테슬라가 장기 고객으로 들어와 앞으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AI6 칩은 테슬라 장기 전략의 핵심품목”이라며 “파운드리는 2028년 이후 연간 3조~4조원의 매출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테슬라 수주 건은 삼성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탄이자 TSMC의 독점 구조에 크랙을 가할 수 있는 충격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