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에 방위비·주한미군 유연성까지…최종안서 제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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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8% 수준으로 확대하고 주한미군 주둔 태세 유연성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조항은 최종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무역 합의 초안에 ▲한국 국방비를 GDP 대비 2.6%에서 3.8%로 인상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 확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정치적 지지 선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반드시 한반도 방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필요할 경우 한반도 밖의 다른 지역 분쟁이나 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군의 운용 개념이다.

WP는 미국이 한국뿐 아니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교역국과의 협상에서도 유사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한 무역 대화에서 방위비 증액과 무기 구매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방위 능력 강화와 무역 조건에서의 미국 이익 극대화를 동시에 노렸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요구가 실제 협상 목록에 올랐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지만 "최종 합의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재 협정에 따라 2026년 한국의 연간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으로, 올해보다 8.3% 증가하게 된다.

WP는 한국에 제시된 3.8% 증액 요구가 나토(NATO) 회원국에 요구되는 GDP 대비 3.5%보다 높지만 명확한 이행 시한이 설정되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나토의 경우 간접 방위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출 규모가 GDP 대비 5% 수준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국방비를 3.8%로 확대하면 2024년 약 59조 원 규모인 한국 국방예산이 80조 원대 중반으로 급증하게 돼 재정 운용 부담과 함께 중기 국방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무역 협상에서 방위비 증액 요구는 철강·반도체 등 교역 조건, 산업 보조금 문제와 함께 논의됐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안보를 결합한 패키지 협상 방식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전략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려 했다"고 평가했다.

이 사안은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공식 의제로 다뤄질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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