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하나은행, 현지 법인·제휴·디지털 전략 강화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한국과 베트남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베트남 금융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각 은행은 현지 지점 확장, 제휴 강화, 디지털·핀테크 전략 확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베트남 금융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정치권과 금융업계에 따른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응우옌 반 탕(Nguyen Van Thang) 베트남 재무장관을 면담했다.
양 측은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협력 환경 속에서도 양국이 교역·투자 등 다방면에서 굳건한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지식협력(KSP),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을 활용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적극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베트남의 정상회담에 따라 국내 금융권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하거나 이미 진출한 은행·보험사·핀테크 기업들이 현지 인허가 절차, 제휴 파트너십,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 등에서 한층 유리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우리은행은 베트남 시장에서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리테일·디지털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 베트남법인은 최근 롯데파이낸스와 제휴를 맺고 소비자금융 및 결제 서비스 협력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롯데파이낸스 고객은 우리은행의 입출금 계좌와 소비자대출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은행은 현재 베트남 전역에 14개의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찌민·하노이 외 중부 다낭과 남부 신흥산업지구로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모바일뱅킹 ‘우리WON뱅킹’을 기반으로 비대면 대출, 간편송금 등 디지털 서비스도 확대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금융·보험 융합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대형 보험사 PJICO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해 종합금융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고객 맞춤형 재무 솔루션 제공을 통해 은행·보험 결합 모델을 한층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또한 베트남 최대 모바일지갑 ‘MoMo’와 제휴해 디지털 대출과 해외송금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뱅크 전환을 목표로, 모바일 중심의 금융플랫폼 구축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 모델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신한은행은 베트남 내 42개의 지점과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과 국가 간 QR결제·글로벌 정산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 간 실시간 QR결제가 가능해지고, 한국 본사는 이를 동남아 QR결제 허브 전략의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베트남 하노이·호찌민·빈푹 등 3개 거점에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MOU를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QR결제·외환거래·무역금융 등 글로벌 결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디지털 금융 업계에서도 빠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 두나무(업비트)도 전날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베트남 밀리터리뱅크(MB은행)와 기술 제휴 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두나무는 MB은행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서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 관련 법제도 정비, 투자자 보호장치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업비트의 거래 인프라 및 보안 기술, 규제 대응 노하우, 운영 경험을 전수할 계획이다.
밀리터리뱅크는 베트남 국방부 소속 금융기관으로, 약 3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베트남 4대 은행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번 베트남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금융권이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금융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베트남에서 조기 시장 선점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아세안(ASEAN) 금융 네트워크 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제도적·외교적 지원이 강화되면 현지 인허가 절차나 규제 대응에서 국내 금융사의 사업 확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은행뿐 아니라 보험, 핀테크, 가상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금융기술이 베트남 시장 전반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