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20년간 판도 교체… 韓 '빅10' 고착화
중견→대기업 될시 규제 3배↑… 성장 회피 확산
인센티브는 중소·중견에 집중… 대기업은 역차별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올해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은 엔비디아·애플·아마존·알파벳(구글 모회사)·메타 등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빅테크들이 차지했다. 최근 브로드컴도 주문형 반도체(ASIC) 개발 붐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반면 2005년 당시 10대 기업으로 꼽히던 엑슨모빌·GE·시티은행·월마트·화이자 등은 현재 순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20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만 명맥을 지켰을 뿐 9곳은 전부 교체되며 미국 산업구조의 역동성을 보여줬다.
한국 상황은 정반대다.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은 20년 동안 큰 변동이 없다. 삼성·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GS가 여전히 상위권을 지키켰고 KT·한진 대신 HD현대·농협이 들어온 정도다.
◆커지면 규제 늘어…성장 회피하는 기업들
경제계는 이 같은 정체성을 기업 규모별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규제가 57개에서 183개로 3배 늘어나고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가면 209개에서 274개로 다시 40% 가까이 증가한다.
이 탓에 기업들이 자발적 성장을 피하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301개였다. 반대로 중견에서 중소로 ‘다운사이징’한 기업은 574개에 달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성장포럼’ 킥오프 회의에서 “기업이 스스로 성장 욕구를 느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며 “이제는 ‘생존’이 아니라 ‘스케일업’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규제 완화·금융 지원 확대 시급
참석자들은 규제 누증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는 상법·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등 주요 법률이 모두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곽관훈 한국중견기업학회장은 “성장 중인 중견기업에는 재정지원보다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은 “정부도 차등규제 해소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산업별 특성에 맞는 유연한 규제 방식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율규범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성장포럼’을 정식 발족해 국회·정부와 정책 대안을 공유하고 ‘슈퍼스타 기업 만들기’ 시리즈를 통해 문제의식을 확산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