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장기보험 구조…재매각 걸림돌 여전
고용승계 절반 합의했지만 잔여 인력 처리 난제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예금보험공사(예보)가 MG손해보험의 가교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 매각을 병행 추진하기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당국은 기존의 ‘계약이전’ 중심 시나리오에 더해 공개 매각을 동시에 가동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재무 부담과 장기계약 비중 등을 이유로 재매각 성사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1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18일 예별손보 매각을 위한 ‘매각주관사 선정 제안요청서(RFP)’ 공고를 게시하고 제한경쟁 입찰 절차에 돌입했다. 선정된 주관사는 매각 방안·계획 수립, 잠재 투자자 물색, 마케팅 및 투자자 설명회 개최 등을 이행해야 한다. 예보는 인수자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최소화 방안에 대해서도 자문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당국이 계약이전 중심 방침에서 노조 요구를 반영해 재매각을 병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인수자가 실제로 나타날 경우에만 매각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이전을 진행한다는 조건부 구조를 분명히 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MG손보는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계 –244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며 지급여력비율(K-ICS)은 –18.2%에 그친다. 장기보험 비중도 90%를 웃돌아 손해율 예측이 어렵고,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자본 확충과 리스크 관리 체계 보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매각 시도가 번번이 무산된 점도 부담이다. 2023∼2024년 세 차례 공개매각이 실패했고,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 협상도 올해 3월 노조 반발로 끝내 무산됐다. 이 같은 이력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보험사나 투자펀드가 기회로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조 단위 자본을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자가 나선다고 해도 장기보험 손해율 부담과 노조 변수 때문에 결정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보는 매각주관사 선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산·부채 실사를 진행하고 매각 조건과 투자 요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연내로 인수 의사 표시가 나오지 않을 경우 내년 말까지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KB손보·현대해상)로 계약을 이전하는 기존 시나리오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보험계약자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예별손보 출범 이후 계약 이전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계약의 효력과 서비스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MG손보가 보유한 계약은 올 3월 말 기준 151만 건(개인 121만명, 법인 1만곳)에 달한다.
고용 문제는 노사 협의를 통해 일정 부분 정리됐다. 예보와 MG손보 노조는 전체 인력의 절반가량인 281명을 예별손보로 고용승계하기로 합의했고, 보수는 기존의 90~95% 수준에서 유지된다. 그러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잔여 인력 처리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앞으로의 보험사 구조조정 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예보가 ‘조건부 투트랙’ 방식을 도입하면서, 다른 중소 보험사나 부실 금융사 정리에도 같은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재매각 병행이 상징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보가 매각과 계약이전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계약이전 가능성이 더 높다”며 “재매각 성사 여부는 투자자 설득력 있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