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정착지원금 경쟁 과열, 불완전판매 지속
킥스 급락·내부통제 부실, 건전성 리스크 확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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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금융당국이 과도 경쟁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시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업계가 경영 전략 전환의 기로에 섰다.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불완전판매, 보험대리점(GA) 수수료 경쟁, 과장 광고 등의 문제가 누적된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영업 관행 손질과 내부통제 강화 등의 과제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압박에 놓였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과도한 실적 경쟁은 소비자 피해로 직결된다”며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보험상품 설계·판매 단계부터 소비자 보호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보험업계는 고질적인 영업 관행과 구조적 문제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GA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설계사 확보를 위한 정착지원금 경쟁이 과열되고, 이 과정에서 부당 승환계약 등 불완전판매 사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올 1분기 GA가 집행한 정착지원금은 1000억원을 넘어 전 분기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보험사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상품 권유, 소비자 불안을 자극하는 과장 광고로 잦은 민원을 불러왔다. 방대한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빈번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 중 상당수가 ‘불완전판매’와 ‘허위·과장 광고’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관리 부실,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듀레이션 갭) 확대 등 건전성 리스크도 꾸준히 경고음을 내왔다. 지난해 말 일부 생보사는 킥스 비율이 급락하며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야 했고, 손보사 역시 장기금리 변동에 취약한 구조가 드러났다. 여기에 내부통제 미비로 인한 횡령·배임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영진이 리스크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은행장들을 만나 금융소비자 보호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며, 내부통제 강화와 미래 성장산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GA의 책임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GA는 보험사 위탁을 받아 영업하지만,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배상 책임은 대부분 보험사가 떠안는 구조다. 이 때문에 GA를 독립적인 금융회사로 전환해 자본 요건과 내부통제 의무, 소비자 배상 책임을 직접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수료 개편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설계사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수수료를 장기간 분할 지급하는 ‘분급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GA 업계는 소득 감소와 설계사 이탈을 우려하며 시행 시점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4년 분급만 적용해도 설계사 소득이 20%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제시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건전성 관리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듀레이션 갭 기준을 마련해 금리 리스크 관리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보험사들은 이에 맞춰 자산·부채 만기 관리와 자본 확충 방안을 병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일부 대형 생보사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외부 조달 수단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상품 설명 구조를 전면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출범한 보험상품 설명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약관 요약서 통합, 시각 자료 확대, ‘보험상품 이해 확인서’ 도입 등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연내 개선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영업 관행 개선, GA 책임 강화, 상품 설명체계 개편, 건전성 관리 강화 등 과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보험업계는 사실상 전략 대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무관용 방침은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검사·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보험사들은 단기 실적 중심의 영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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