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영국 규제기관 비권고⋯"효과 불확실"
이상반응 발생 사례 다수⋯"중증 이상반응 80%"
독일·캐나다 제한적 등재권고 획득⋯약가협상 관건

렉라자정. 사진=유한양행 
렉라자정. 사진=유한양행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한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글로벌 보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31번째 신약인 렉라자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규제기관의 의견을 분석해 렉라자 병용요법의 현주소를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해외제품명 라즈클루즈)’와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호주와 영국의 규제기관으로부터 임상적 불확실성, 부작용 부담, 비용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비권고 결정을 받았다.

반면 독일과 캐나다 규제기관은 제한적·조건부 등재를 권고하며 상반된 판단을 보였다. 특히 독일 규제기관은 해당 병용요법에 ‘추가이점 낮음’ 판정을 부여했다. 이는 향후 약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를 예고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캐나다 역시 공동협상 절차를 앞두고 비용 대비 효과성을 핵심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 무엇이 렉라자 병용요법의 보험 등재 권고를 막았나

호주, 캐나다, 독일, 영국의 규제, 자문기관은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 관련 권고 결정문을 통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임상적 불확실성 ▲부작용을 포함한 안전성 ▲삶의 질 ▲비용경제성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의 임상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비해 부작용이 높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먼저 임상적 불확실성 부분에서 ‘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원(NICE)‘은 연령대에 따라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지 불확실하다며,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와 오시머티닙+화학요법을 직접 비교한 자료가 없어, 효과 차이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마리포사(MARIPOSA) 임상시험의 하위집단 분석에서 65세 이상의 대상자에게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연방위원회(G-BA)‘와 ‘캐나다 약제 평가자문기구(CDA-AMC)‘의 등재 권고문에도 지적된 내용이다. 캐나다 CDA-AMC의 경우 간접 근거(NMA)로 제시된 비교 자료도 결과 불확실성이 크고, 연구 간 이질성·방법론 차이로 신뢰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호주 의약품급여자문위원회(PBAC)‘는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이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중증도 개선, 전체생존(OS)에서 소폭 개선됐으나, 전체생존 자료가 미성숙하고, 비례위험 가정(proportional hazards assumption)의 위반 때문에 효과의 크기가 불확실하다고 봤다. 

비례위험가정 위반은 치료군과 대조군의 위험비(HR)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동해 효과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즉 처음에는 약물이 잘 듣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거나 반대로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약물 효과 크기의 신뢰성과 해석 가능성에 의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부작용을 포함한 안전성 관련 영국 NICE는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이 오시머티닙 단독보다 이상반응 발생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로 아미반타맙에 기인한 폐색전증(PE), 주입 관련 반응, 발진, 손·발톱 독성이 더 많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캐나다 CDA-AMC는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의 초기 부작용이 상당하지만, 감량과 약물처치 후에 완화된 경우가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피 건조/상처·감염, 파로니키아(손발톱 주위염) 등으로 신발 착용도 어려울 정도의 생활 제약 사례 다수라고 붙였다. 호주 PBAC도 신청자인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오시머티닙 대비) 열등하지만 관리 가능한 안전성”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독일 G-BA는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에서 중증 이상반응 80.0%, 중대한 이상반응(SAE) 55.3%, 이상반응으로 인한 중단 42.3%로 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대비 모두 유의하게 더 많다고 평가했다.

또한 피부·피하조직 질환 92.2%, 결막염 11.4%, 정맥 혈전색전증(VTE) 12.1%, 말초부종 38.5% 등의 특정 이상반응이 현저히 증가했고, 변비·구토·점막염·근육경련 등도 유의하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원(NICE) 초안 가이드라인(Draft guidance consultation) 문서 발췌.
사진=영국 국립보건임상평가원(NICE) 초안 가이드라인(Draft guidance consultation) 문서 발췌.

◆ 삶의질·비용경제성도 회의적 평가⋯"오시머티닙 우위"

삶의 질의 경우에는 ▲독일 G-BA가 마리포사 하위분석에서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이 오시머티닙 대비 신체, 역할 기능에서 확인된 악화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불이익 신호)고 판단했으며 ▲호주 PBAC는 임상적 이점의 크기를 불확실하다고 보면서 “삶의 질은 오시머티닙이 우위”라고 명시했다.

또한 ▲영국 NICE는 경제성 모델의 핵심 불확실성으로 “각 치료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지목했으며 ▲캐나다 CDA-AMC는 여러 환자 사례에서 활동성 회복·가정/여가 재개 등의 삶의 질 개선 경험이 반복보고 되지만, 편의성은 경감되지 않는다는 등의 상반적 입장을 냈다.

비용경제성에서 영국 NICE는 경제모형의 핵심 가정(생존, 치료 지속, QoL)에 불확실성이 커서 가장 그럴듯한 비용-효과성 추정치를 산출할 수 없다는 사유로 비권고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오시머티닙+화학요법을 비교군에 포함하지 않은 점도 큰 불확실성 원인으로 지목했다. 

호주 PBAC도 전체생존(OS) 데이터의 미성숙, 비례위험 가정 위반, 오시머티닙의 삶의 질 우위, 독성 부담 등을 이유로 얀센이 제시한 약가가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얀센의 예상 사용률(업테이크)도 과대 추정으로 봤다.

캐나다 CDA-AMC는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의 총 치료비용은 오시머티닙+PBC를 초과하지 않도록 협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의 오시머티닙 단독 대비 비용효과성은 30만5328캐나다 달러/삶의 질을 반영한 생존연수(QALY)로서, 캐나다 지불의사(WTP) 기준(5만 캐나다달러/QALY)에 맞추려면 87%의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일 G-BA의 경우 비용경제성을 평가하지 않았으나,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의 연간 치료비를 제시했다. 이는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 투여의 월 비용 수준은 약 4804만원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되며, 오시머티닙 80㎎(30정)의 대비 5.4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사진='캐나다 약제 평가자문기구(CDA-AMC)' 급여 권고안 발췌.
사진='캐나다 약제 평가자문기구(CDA-AMC)' 급여 권고안 발췌.

◆ 독일·캐나다 협상서 난항 예상⋯'고비용' 쟁점

호주 PBAC와 영국 NICE가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에 비권고 결정을 내린 반면, 독일 G-BA는 등재, 캐나다 CDA-AMC는 조건부 등재를 권고했다. 이는 글로벌 규제기관의 제도 차이에 기인한다.

독일 G-BA는 “이 결정은 의사의 치료 재량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치료의 적절성이나 경제성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며 “병용요법의 명시는 보험자(건강보험)과 제약사 간 병용할인 적용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은 독일 G-BA로부터 ‘추가이점 낮음(Anhaltspunkt für einen geringen Zusatznutzen) 판정을 받았다. 이는 대단함, 상당, 낮음, 정량불가, 없음, 열등의 6개순의 판단을 받는다. 낮음 판정을 받은 약물은 이후에 진행되는 약가 협상을 대단함, 상당 대비 불리한 위치에서 진행하게 된다.

캐나다도 등재 권고 절차 이후에 ’캐나다 의약품연합(pCPA)‘과 제약사가 상환가, 계약조건을 협상하게 된다. 여기에서 pCPA 협상 결과를 반영해 각 관할(주·준주, 일부 연방 플랜)이 자체 포뮬러리 등재를 최종 결정·고시하게 되는 것이다.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의 경우 계약조건 협상에서 “총치료비가 오시머티닙+백금화학요법(PBC)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쟁점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pCPA는 현재 아미반타맙+라즈클루즈 병용요법에 대한 공동협상 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약물인 오시머티닙 병용요법도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EGFR 유전자 20번 엑손 삽입 변이 1차 치료제로 동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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