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자전기 첫 개발 착수
2030년대 전자전 능력 분수령
재밍·다중위협 대응 기술이 핵심

대한항공·LIG넥스원의 전자전 항공기(전자전기) 예상도. 자료=LIG넥스원 제공
대한항공·LIG넥스원의 전자전 항공기(전자전기) 예상도. 자료=LIG넥스원 제공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Block-I)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결과는 교전통제시스템(ECS) 분야에서 LIG넥스원, 통합방공지휘체계 분야에서 한화시스템이 각각 강점을 보여왔던 상황에서 벌어진 첫 정면 대결이자, LIG넥스원이 승기를 잡은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자전기, 독자 능력 확보 위한 첫 발걸음

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2일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을 확정했다. 남은 절차로 디브리핑, 이의 제기 검토, 평가 결과 검증 등이 있지만 결과가 뒤집히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번 사업은 적의 통합방공망과 무선 지휘통제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첫 전자전기 국내개발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는 총 1조7775억원으로, 2030년대 중반부터 우리 군이 독자적인 전자전 능력을 갖추도록 추진된다. 

전자전기는 적 레이더 전파를 교란·차단하는 ‘재밍’ 기능을 활용해 아군 전투 편대가 적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특수 군용기다. 기존 항공 재밍 장비와 달리 다수의 레이더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동시다발적 전파 방해 신호를 생성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LIG넥스원 판교 사옥.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 판교 사옥. 사진=LIG넥스원

◆전자전 핵심 기술 축적

LIG넥스원은 이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고정익 내장형 초광대역 배열 송수신 기술, 실시간 다중위협 신호환경 모의기술, 전자주사식 레이더 대응 재밍기술 등 차세대 전자기전 플랫폼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이를 토대로 KF-21 전투기 탑재용 통합전자전 장비, 차세대 함정 전자전 체계, 잠수함 전자전 장비, 신형 백두정찰기 전자정보 임무장비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개발해온 점이 이번 평가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IG넥스원은 현재 공중·지상·해상·무인기를 아우르는 전자전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이다. 공중에서는 KF-21 전투기에 들어갈 통합전자전체계를 개발하고 있으며, 지상에서는 적 지휘·통신망 신호를 감청·교란하는 장비, 해상에서는 고출력 반도체 기반 송신 기술을 적용한 함정용 전자전 체계를 준비한다. 최근에는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드론 전자공격 무기체계도 연구를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A330-300.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A330-300. 사진=대한항공

◆경험 더해 미래 전자전 능력 확보

대한항공 역시 군용기 개발·개조 분야에서 다수의 성과를 축적해왔다. 50여 년간 국내에서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 양산, 정비, 성능개량을 수행했으며,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백두정찰기 사업 등을 맡으며 특수임무기 역량을 키웠다. 

이번 사업에서도 특수임무기 설계·개조 경험과 더불어, 부산 테크센터와 대전 연구개발센터에 배치된 100여명의 전문 인력과 무인기·우주발사체 분야 연구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업계는 LIG넥스원이 교전통제시스템(ECS) 단일 분야 독점에서 벗어나 통합 전자전 솔루션까지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한다. 

전자전기는 2030년대 이후 한국군이 독자적인 전자기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꼽힌다. 따라서 이번 수주는 단순한 사업 규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전기는 한국 공군의 미래 작전 수행 능력에 직결되는 무기체계”라며 “이번 사업은 국내 전자전 산업 생태계 주도권을 가늠하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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