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우주 시장 '초기'… 모두에게 열린 미래
전방산업 성숙 후엔 늦어… 안보 등 기회 살려야

'LG에너지솔루션은 우주 갈래요'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LG에너지솔루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LG에너지솔루션은 우주 갈래요'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LG에너지솔루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스타트업과 함께 영하 60도에도 견딜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며 국내 우주용 배터리 선두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글로벌 우주 탐사 산업의 전방 생태계가 육성되기 전에 선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스타트업 사우스8 테크놀로지스와 손잡고, KULR 테크놀로지 그룹과 미국 항공우주청(NASA)이 추진하는 '항공우주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 전문 플랫폼 마켓스크리너와 미국 매체 RTT뉴스 보도에 따르면 KULR은 최근 NASA 존슨 우주 센터와 긴밀히 협력해 텍사스 우주위원회로부터 달 및 화성 탐사 기술 지원을 위한 67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한국항공우주학회지에 지난해 게재된 '항공우주 기술에 리튬이온 배터리 적용을 위한 요구 조건과 최신 동향' 논문에 따르면 ▲우주 탐사용 배터리는 금성과 같은 극고온(475도)과 화성과 같은 극저온(영하 120도)에서도 작동할 필요가 있고 ▲우주에는 배터리 고분자 물질을 열화시킬 수 있는 목성 등 고방사선 환경도 존재한다.

배재성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선용 배터리셀은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기 위해 완벽히 밀봉돼야 하고, 발사 과정에서의 강한 가속도와 진동, 최소 300도에 달하는 고온을 견뎌야 한다"며 "셀은 경량이면서도 고에너지 밀도를 가져야 하는 등 엄격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전지사업부문 시절인 2016년 NASA의 우주 탐사용 우주복용 배터리에 채택된 것을 계기로 우주용 배터리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NASA는 당시 항공·우주·군사용으로 사용된 은아연(Silver-Zinc) 배터리의 높은 가격, 짧은 수명 등을 고려해 전세계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샘플을 대상으로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자평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만 유의미한 우주 배터리 사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EV), 로봇 등 지금 당장 제품화가 가능한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극한 환경에 버틸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이 계속 연구돼 개발이 좀 더 진척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달 이외에 다른 천체에 착륙한 유인우주탐사선도 없고 우주 탐사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배터리 기업들을 망설이게 한다고 분석한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로켓과 우주선이 고부가가치기는 하지만 대량생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 제한적"이라며 "기술력은 인정받겠지만 양산을 통해 대량의 수익을 발생시키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기업들은 돈이 되는 걸 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탐사가 어려운 프로젝트인 건 맞지만 전방 생태계 산업이 육성되고 나서 뛰어들면 늦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한국 배터리 3사는 대중적인 시장인 전기차(EV)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중국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에 비해 낮다.

한·중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이 항상 문제지만 안보 등 한국 기업이 가진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업용 이외 다른 배터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좋은 현상이고, 기존에 중국산 배터리를 많이 사용했더라도 항공·우주 쪽은 좀 더 민감할 수 있다"며 "한국 배터리가 안보 가치에 좀 더 집중하고 품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홍보하면 공공조달 등에서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극저온 환경의 항공우주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술력을 높이며 내구성, 안정성 등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