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시세하락 보상, 조건 충족해야만 지급"
전기차 가격 상승에 '20% 룰' 충돌…보상 분쟁 심화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자동차 사고 이후 차량 가치 하락을 보상하는 ‘시세하락 손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둘러싼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약관상 지급 요건이 실제 중고차 시장 시세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주요 분쟁사례로 알아보는 소비자 유의사항’을 통해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약관상 시세하락 손해 인정 기준을 안내했다.
현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시세하락 손해는 ▲사고 차량이 출고된 지 5년 이하 ▲수리비용이 사고 직전 차량가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두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시세하락 보상은 불가하다.
시세하락 손해는 사고 차량이 수리된 뒤에도 사고 이력으로 인해 중고차 가치가 하락하는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항목이다. 다만 약관은 실제 거래 시장의 시세 변동액을 보상하는 방식이 아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산정한 금액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출고 3년 된 차량(사고 직전 가액 3000만원)이 충돌사고로 200만원의 수리비가 발생한 경우, 사고 이력으로 감가가 예상되더라도 시세하락 보험금 지급은 불가능하다. 수리비가 차량 가치의 20%(600만원)를 넘지 않아 약관상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세하락 손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지급 금액은 실제 시세 하락폭과 무관하다. 약관은 출고 후 경과 기간에 따라 수리비의 10~20%만 인정하도록 돼 있다. 기준은 ▲출고 1년 이하 20% ▲1년 초과 2년 이하 15% ▲2년 초과 5년 이하 10%다. 예컨대 출고 4년 된 차량의 수리비가 1000만 원이면 실제 중고차 가격이 얼마 떨어졌는지와 무관하게 100만원만 지급된다.
소비자 계층에서는 이 같은 ‘20% 룰’이 최근 차량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보험금의 현실화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기차 확대와 차량 고급화로 차량 가액이 높아지면서 수리비가 일정 규모를 넘더라도 가액 대비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해 보상 대상에 제외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2019년 시세하락 손해 보상 대상을 ‘출고 2년 이하’에서 ‘출고 5년 이하’로 확대하는 등 손질한 바 있다. 하지만 핵심 기준인 ‘수리비 20% 초과’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소비자 불만은 지속되고 있다. 같은 사안이 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약관 기준과 다른 판단이 나오는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약관 기준과 실제 소비자 기대 간 차이로 분쟁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약관은 사고로 실제 하락한 금액이 아니라 차령과 수리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보상 가능 여부는 약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사고 발생 시 관련 기준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