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박 회장, "업사이클 단어, 맨 먼저 썼다...자부심 느껴

▲ DDP 디자인놀이터에서 열린 2015 업사이클 디자이너 양성과정 1기 결과물 전시회 '업사이클 뮤지엄' 현장에 나온 박미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장 l 출처=비즈트리뷴
 

박미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장(사진 위 ·32)은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리사이클 결합한 용어다. 업사이클은 일찍부터 재활용을 한계를 인식하고 세계적으로 계속 시도해 왔던 부분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2012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개념의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링'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30대 갓넘은  박회장이 생각하고 구상하는 '업사이클링의 세계'가 궁금했다. 지난 15일 박 회장을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디자인놀이터에서 열린 '업사이클 뮤지엄'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직 시장규모가 전체적으로는 작지만, 업사이클링 시장은 매년 2배씩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업사이클디자인협회의 2016년 역점사업과 관련, "업사이클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할수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과 기존의 사업자들에게는 국내에서 좋은 유통 라인이나 사업 기회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특히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는 공익섹션이 거의 무조건 있는 편"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런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추후 진행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또 업사이클링 트렌드와 관련, "확장성이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기존 있는 소재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고, 눈에 보이는 제품 외의 것들도 만들고 있다.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이용해 기업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역제안 하는 서비스영역의 컨설팅 사업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업사이클링의 성공요소와 관련, "소재에 대한 공부와 디자이너, 그리고 결과물 이 3가지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소재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와 의도가 있어야 소비자도 제품에 가치를 부여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업사이클링의 미래와 관련, "제조업같지만 기획에 가까운 일이다. 소재도 다양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분야"라며 "업사이클의 미래는 굉장히 밝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건의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업사이클링 제품은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고 디자인적인 고민이 많기에 작품의 개념으로 봐주면 좋겠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시면 업사이클링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와 같은 과정들을 다양하게 진행하려고 할 계획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 DDP 디자인놀이터에서 열린 2015 업사이클 디자이너 양성과정 1기 결과물 전시회 '업사이클 뮤지엄' 현장에 나온 박미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장 l 출처=비즈트리뷴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업사이클링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어떻게 시작됐나.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리사이클 결합한 용어이다. 예전에는 워낙 자원들을 끝까지 다 쓰는 분위기 였기에 '재활용'이라는 것 자체도 생긴지 얼마 안된 개념이다. 그런데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재활용의 한계가 점차 드러났다.
'리사이클'은 자원의 주기 자체를 흔들어서 다시 만들겠다는 뜻인데, 진정한 리사이클이 되고 있지는 않았다.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것은 잘되고 있지만 재활용해서 다시 쓰는 비율이 적다보니 투자를 많이 안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또 사는 사람이 적은,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래서 제품의 디자인이나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해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로 만들어야 소비자들도 이용하고, 사용되고 버려진 자원들이 다시 사이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업사이클은 일찍부터 재활용을 한계를 인식하고 세계적으로 계속 시도해 왔던 부분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2012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 협회의 역점사업 방향과 계획은.

"전시와 아카데미 마무리로 아직 신년 계획까지는 정확하게 세우진 않았지만, 올해도 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이 시작하는 업사이클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할수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과 기존의 사업자들에게는 국내에서 좋은 유통 라인이나 사업 기회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목표이다.

실제로 국내 업사이클 디자인의 퀄리티가 매우 좋은데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지 못한 이유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국내 시장이 완벽하게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에 국내 업사이클 디자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올해 중요 거점 분야가 될 것 같다. 관련된 법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업사이클이 디자인과, 제조, 유통등이 결합돼 있어 굉장히 복합적인 분야인데, 이런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들기 위해 협회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 국내 시장규모와 향후 시장전망은?

"2014년 기준으로 직접 매출 40억원 정도였고, 경제규모 100억원였다. 지난해에는 신규 30팀 정도가 늘어서 빠르게 추산하면 1.5배 정도 성장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년 2배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프라임탁(스위스 브랜드)의 매출만 해도 1000억원이 넘을 규모로 워낙 독보적이어서 (프라임탁을 제외한) 개별 브랜드들의 규모는 비슷할 것으로 본다. 해외 시장의 전체합은 2조 규모인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프라임탁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 정부의 지원책은 어떤것이 있는가.

"직접적으로는 아직 없다. 협회가 환경부 산하단체인데 협회와 관련 어떤 정책을 만들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우선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업사이클센터를 서울과 대구에는 이미 짓고 있고(재사용 플라자-서울 용답동 5000평 규모), 경기와 순천은 운영 계획을 수립중이다. 익산 등 추후 추가 계획이 나올 예정이다.

센터가 지원도 하고 허브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에서는 모든 센터의 운영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


- 업계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업사이클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체 규모는 작다보니, 투자 대상으로 인지해야 하는데 지원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경제성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온도를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업사이클은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유통,중개상,교육,소재 개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관심이 가지고 결합돼서 운영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업체가 이 모든걸 진행하고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다양한 기존의 기관,협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산업 자체가 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예를 들어 해외 전시에 나가더라도 부스 하나를 단독으로 채울 수 있는 기업이 없기도 하고, 1인 기업들이 많은데 영업을 멈추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는 것도 쉽지 않다. 또 업사이클은 그때 그때 시즌에 맞는 색깔을 사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소재를 계속 개발,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매 시즌별로 신제품 출시도 어렵다. 따라서 '업사이클 한국관'을 만들어서 공동으로 운영하는게 효율적이다.
보통 3년정도 전시에 참여해야 수주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장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적합한 파트너를 찾고 있다."


-업사이클 시장에 트렌드의 변화가 있는가.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트렌드이다. 있는 소재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고, 눈에 보이는 제품 외의 것들도 만들고 있다.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이용해 기업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역제안 하는 서비스영역의 컨설팅 사업 등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자원의 흐름을 바꾸는 사업이므로 새 제품을 만들 때 쓰레기가 덜 나오게 하는 것도 업사이클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 (위) 종이와 해조류를 섞어 만든 신소재 테이블, 김미선 작 (아래 왼쪽) 자전거 부품으로 만든 전구, 정지은 작 (아래 오른쪽) 통나무에 깨진 꽹과리를 접목시켜 만든 협탁, 나종이 작 l 출처=비즈트리뷴
 
-협회와의 인연은? 어떻게 업사이클과 인연을 맺었는지, 어떤 계기가 있었나.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업사이클 전문회사인 터치포굿의 대표로 회사를 운영 하다가, 신규 팀들이 자꾸 생기면서 소규모 기업들이 할 수 없는 공동 단위에서 접근해야 하는 영역들이 자꾸 보여서 협회가 설립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발기를 준비해서 협회를 만들게 됐고, 내부 논의를 통해서 협회장을 맡게 됐다. 더 나이가 많은 대표들도 있었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 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아니어서 오히려 행정적인 부분들을 처리하기에도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가장 협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준 것 같다."


-국내 업사이클의 미래는 어떤가.

"업사이클의 미래는 굉장히 밝을 수 밖에 없다. 예전 터치포굿이 '업사이클'이라는 용어 자체가 브랜드 네임일 정도로 생소했는데 지금은 고유명사가 될만큼 많이 알려졌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관심 가져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고, 아카데미 설립시 25명을 모집하는 것도 걱정했었는데 3대1 경쟁률을 보였다. 2~3명을 빼고는 다들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지금만큼 전문화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본인에게 '업사이클링'은 무슨 의미인가.

"본인이 한글로 '업사이클'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어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갈수록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있다. 쓰레기는 시간이나 사건의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버려지는 게 아깝고 지구를 위해서 만들기보다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드는 게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제조이지만 기획에 가까운 일이다. 소재도 다양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는 분야이다."


-업사이클에 뛰어들고 싶은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업사이클이 워낙 뜨는 키워드로 소개되고 있어서 관심 가지는 분들이 많아져서 감사하면서도 충분한 준비없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반 창업처럼 '트렌드라서 한번 해볼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업사이클은 새 소재를 사는 것보다 비효율적이고 사람들의 편견을 이기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그만한 각오를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 아카데미에서도 무조건 '잘오셨어요' 보다는 '이만한 각오가 없으면 안된다' 라고 얘기했다가 실무진에게 혼나기도 했지만, 막상 가장 좋은 성과를 본 게 아카데미이다. 이런 아카데미의 성공적인 결과는 오히려 초반에 제대로 할 사람만 남은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업사이클링 협회에서 안건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크게 총 3개의 분과가 있다. 교육, 작가소모임(작품제작,전시), 시장조성(판매 관련 기획)인데, 각 분과별로 회의를 통해 안건을 결정하고 있다."


- 업사이클링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소재에 대한 공부와 디자이너, 그리고 결과물 이 세가지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소재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와 의도가 있어야 소비자도 제품에 가치를 부여할 것으로 본다."


-주로 어떤식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가.

"온라인 상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오프라인에서는 편집샵이나 팝업스토어에 기획상품처럼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경로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었고,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판매되는 경우도 많아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이번에 '서울시립미술관'에 연간 단위 계약으로 사업장을 열게 됐다. 그간의 경험으로 전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많아 얘기했더니, 미술관 측에서는 충분히 이해해줬고, 디스플레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는 공익 섹션이 거의 무조건 있는 편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문화 수준이 어느 정도 있기에 업사이클의 방향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우리는 아직 그런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추후 진행되도록 노력해볼 예정이다."


-가격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어떤지?

" '업사이클링'을 사용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많아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소재를 이용해 새롭게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고 디자인적인 고민이 많기에 작품의 개념으로 봐주면 좋겠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카데미를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성과가 좋았다. 올해도 2기를 모집하는데 서울에만 기회가 많은것 같아서 지방으로도 확산돼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시면 업사이클링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와 같은 과정들을 다양하게 진행하려고 하니 지자체에서 연락을 많이 줬음 좋겠다."  
 

[서울와이어 김지원기자 jiwon@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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