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발 풍선효과 우려에 선제대응 나서
DB·KB손보, 1일부터 신용대출 잠정 중단
삼성·동양생명, DSR 낮추고 주담대 중단

보험사 가계대출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각각 1조5000억원, 1조8000억원 상승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보험사 가계대출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각각 1조5000억원, 1조8000억원 상승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금융당국은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총량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보험사들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손해보험사를 시작으로 보험계약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마저 대출 조이기에 합류하는 모습에 앞으로 보험사를 통한 자금 공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발 풍선효과 이어질까, 선제 대응 나서 

보험사의 경우 금융사들과는 다르게 보험금을 담보로 취급하는 약관대출이나 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당국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대출 총량관리의 '풍선효과'가 보험사가 취급하는 일부 신용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보험사 가계대출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전분기 대비 각각 1조5000억원, 1조8000억원 상승했다. 증가세가 큰 것은 아니지만 투기 수요 억제 차원에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DB·KB손해보험 등은 이달 초 취급하던 신용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KB손보는 지난 1일 주식매입자금 대출을 중단했다. 주식매입자금 대출은 증권계좌에 가진 자산을 담보로 보험사가 주식투자금을 빌려주는 스탁론 상품이다.

개인당 최대 3억원까지 연 4.79% 금리로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증권사 신용융자와 비교했을 때 이자가 절반 수준이다. KB손보의 주식매입자금 대출 규모는 연 800억원으로 별로 크지 않은 수준인데, 투자자가 몰리면 오히려 대출 총량 규제에 역행하는 행태가 된다.

DB손보는 지난 1일 자사의 '프로미론' 신용대출 4종을 영업 중단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홈페이지, 모바일, 콜센터 등 모든 채널에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DB손보의 신용대출은 자사 보험계약을 1년 이상 유지중인 만 26세 이상 고객이거나 개인신용대출 심사기준 적격자를 대상으로 취급하며, 연 6.06~12.44%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동양생명은 이달 초부터 ▲오피스텔 담보대출 ▲임대아파트 보증금 담보대출 ▲일반전세 보증금 담보대출 등 3개 상품의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동양생명은 이달 초부터 ▲오피스텔 담보대출 ▲임대아파트 보증금 담보대출 ▲일반전세 보증금 담보대출 등 3개 상품의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생보사도 합류, DSR 낮추고 신규 주담대 중단 

손보사를 시작으로 생보사마저 대출 조이기에 합류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선을 기준 60%에서 40%로 낮췄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 한도를 은행 40%, 보험사 등 2금융권은 60%로 정했지만, 삼성생명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문턱을 높인 것이다. 

삼성생명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채권은 39조60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6625억원(4.4%)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협의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 4.1%를 넘어선 것이다. 삼성생명은 DSR 40%를 초과하는 차주의 대출 건수가 일정 비율 이하로 운용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도 이달 초부터 신규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동양생명은 ▲오피스텔 담보대출 ▲임대아파트 보증금 담보대출 ▲일반전세 보증금 담보대출 등 3개 상품의 신규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이 상품들은 동양생명 보험 계약자가 아니라도 조건만 맞으면 담보가의 최대 70%까지, 임차보증금의 최대 90%까지를 은행과 비슷한 수준인 연 3~4%대 금리로 빌려 줬던 상품이었다. 판매재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보험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는 등 대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손보사보다 보험계약 규모가 큰 생보사도 대출 조이기에 합류하면서 대출채권 증가속도는 상당히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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