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8개월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
정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예고
건설업계 우려 심화 "합리적 대책 필요"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지난해 광주 학동참사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HDC현산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건설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된다. 대형사고로 인한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력한 법안까지 예고돼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푸라기 잡기', 분노만 키웠다

5일 서울시는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붕괴 사고에 대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는 현행법상 서울시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 행정처분이다. HDC현산은 처분기간 동안 입찰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행하는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영업정지기간은 다음 달 18일부터 올 12월17일까지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시공이 가능하다. HDC현산은 영업정치 처분을 어느정도 예상한 분위기다. 이미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공격적인 수주를 이어갔고 오랫동안 공을 들인 관양현대 재건축사업과 월계동신 수주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8개월 손해 규모를 생각하면 이정도 수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HDC현산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법적대응을 결정했다. HDC현산은 현산은 지난달 30일 “서울시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대응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광주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직원과 협력사,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를 위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HDC현산과 긴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이에 HDC현산이 실제 영업정지를 받는 시점이 몇년 미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가처분 신청 후 본안소송(행정처분 취소소송)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본안소송 최종판결이 나온 후에야 영업정지 효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HDC현산이 이번 처벌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하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40여 단체로 구성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서울시는 화정동 참사 주범 현대산업개발을 건설업계에서 영구 퇴출해라”며 “HDC현산은 두 번의 참사를 연거푸 내고 자정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성은 커녕 적반하장식으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하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며 “죄질과 후속조치 과정에서 보여준 뻔뻔함과 가중처벌 요인을 생각하면 현산에 내려질 조치는 업계 퇴출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더욱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더욱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혹시 우리도" 업계 우려↑

HDC현산에 대한 수위 높은 처벌이 이뤄지고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자 건설업계도 덩달아 긴장하는 분위기다. 아직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처분이 남은 가운데 등록말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올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이미 얼어붙은 상태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다. 아울러 잇따른 HDC현산의 사고로 더욱 강력한 법안이 예고돼 우려가 커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HDC현산 아파트 붕괴사고 제재 방안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발표하면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제도는 단 한 번의 부실시공 사고로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공사 건설업 등록을 말소해 업계에서 퇴출하는 강력한 법안이다.

5년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돼도 해당 업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고 3년간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동시에 도입된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 필요한 법률 개정안을 다음 달까지 모두 발의해 연내 개정 완료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시는 건설현장에서 무고한 시민과 근로자들이 안타깝게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들도 건 현장에 대해 더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건설 안전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HDC현산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놀랍지 않다. 최근 몇개월 동안 진행된 수주활동을 보면 HDC현산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다”며 “다만 두 번째 처벌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이제는 등록말소 처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부주의로 인한 대형참사, 건설사의 책임이 명확할 때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책임소재가 애매하거나 원인을 밝힐 수 없을 때도 건설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며 “최근 분위기로 업계의 사업운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명히 안전강화를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규제가 도입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중대재해법은 아직도 기준이 애매한 부분이 많은데 처벌만 강화하는 게 정답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려가 깊어진 상황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규제를 늘리기보다 같이 안전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합리적인 대책을 같이 강구해야 할 시기다. 사고를 줄이면서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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