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민원 건수, 2년 만에 75.7% 급증
소음으로 인한 다툼, 살인 사건으로 번져
건설사들, 각종 기술 활용해 갈등해소 노력

층간소음 갈등을 살인사건을 유발할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층간소음 갈등을 살인사건을 유발할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심화됐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살인 유발한 '사회적 문제'
23일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접수 민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2019년 2만60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으로 1만5743건(59.3%)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4만6596건으로 2019년 대비 2만89건(75.7%) 늘었다. 2년 만에 민원 건수가 두배 가가까운 규모로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이 증가하고 방역체계 강화와 영업제한 등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층간소음 갈등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예민해서 갈등이 심화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시작한 다툼은 살인까지 불렀다.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사회적 문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 3층에서 40대 이웃 여성 B씨와 그의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에게 목을 찔린 B씨는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했고 B씨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A씨는 사건 발생 2~3개월 전 B씨 자택의 윗집인 4층으로 이사를 왔고 B씨 가족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도 발생했다.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27일  여수시 덕충동 한 아파트에서 아래층에 사는 주민 A씨가 위층을 찾아 흉기를 휘둘러 윗집 40대 부부 2명이 숨지고 60대 친정부모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혼자 사는 A씨는 “윗집 가족이 층간소음을 유발한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층간 소음 민원을 제기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작은 갈등으로 시작한 다툼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 사건으로 번졌다.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관련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처음에는 내가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윗층 소음으로 하루종일 고통스럽다”며 “직접 당해봐야 안다. 어떻게 해결할 방법도 없고 그냥 이사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한탄했다.

입주민들 간 층간소음 갈등이 심화되자 건설사들이 각자 기술을 활용해 층간소음 저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입주민들 간 층간소음 갈등이 심화되자 건설사들이 각자 기술을 활용해 층간소음 저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건설사들, 층간소음 저감 노력
이처럼 사회적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건설사들이 각자 장점을 살려 나선다. 먼저 DL이앤씨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디사일런트 2’ 바닥구조를 활용해 층간소음 저감 1등급 성능을 확보했다. DL이앤씨는 경기 화성 일원에 공급하는 e편한세상 현장에 해당 기술을 활용해 성능 검증에 돌입했다.

삼성물산도 다음달 국내 최대규모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 LAB’를 개관할 예정이다. 외부 연구기관에 시설을 개방해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울 강남과 부산 래미안 건설현장에 층간소음 기술을 시험적용하고 검증을 진행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해결 전담인력을 구성해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연구실을 운영했다. 지난해부터 적용한 현대건설의 15가지 저감기술은 ▲튼튼한 골조 ▲고성능 특화 바닥구조 ▲최첨단 소음 예측기술 ▲시공관리와 품질점검 ▲층간소음 알림시스템 등 5단계로 구성됐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8일 층간소음을 저감하는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내력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 등 3겹으로 구성돼 기존 아파트 바닥구조보다 재료의 두께가 두껍고 강화된 성능을 자랑한다.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9월 선보인 ‘하이브리드 강건재 활용 강성보강 바닥시스템’은 콘크리트 기초바닥과 고차음 완충재 위에 철재 환봉과 공진저항 모듈판을 덧댄 복합구조를 얹는 바닥시스템을 적용했다.

SK에코플랜트도 기둥벽혼합시구조와 방진재로 특화설계한 층간소음 저감 바닥구조를 개발해 지난해 6월 공개했다. 해당 바닥구조는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 인정기관 시험결과 중량충격음이 41db까지 저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층간소음은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대형 건설사들 뿐만 아니라 중소건설사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완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기술은 입주민들에게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는다. 소음이 줄어드는 효과와 더불어 더 튼튼한 설계가 가능해졌다”며 “꾸준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층간소음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단지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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