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간 반대매매 규모 5조3000억원 넘어
대외 악재 변수에 증시 출렁임 지속할수도
"인플레이션 따른 연준 금리 인상 주목해야"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국내 증시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 개미들의 반대매매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지난해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이어진 반대매매 규모는 5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증권사들의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어 개미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적한 대외 악재가 변수로 작용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반대매매가 지속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부분을 고려하면 이후 증시에 큰 조정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의 개인투자자 반대매매 규모는 5조3000억원이 넘어간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유안타·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의 개인투자자 반대매매 규모는 4조4437억원이다.
이 중 미수거래(3일 단기 외상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가 전체의 76%(3조3762억원)를 차지해 ‘초단타’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반대매매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올초부터 지난달 18일까지 8836억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올 들어 반대매매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324억원)였다. 이어 셀트리온(158억원), LG에너지솔루션(155억원) 순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투자 ‘붐’이 불며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처음 3000선이 무너진 코스피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자 반대매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주식, 펀드 등의 담보가치가 대출액의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되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유동성 축소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가장 컸던 8월 말(24조9206억원) 이후 규모는 점차 감소 중이다. 올해 2월에는 20조8969억원대까지 줄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악재들로 인해 증시 출렁임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시장 변동에 따라 반대매매가 지속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증권사들도 대출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어 빚투 개미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 18일부터 일부 구간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상했다. 교보증권은 융자기간 61~90일의 이자율을 연 8.4%에서 8.6%로 0.2%포인트 올렸다. 융자기간이 91~180일인 경우와 180일 초과일 때 금리도 각각 8.6%에서 8.8%로 0.2%포인트씩 인상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날 금리 산정방식을 체차법(사용 기간별로 이자율을 달리 적용해 합산하는 방식)에서 소급법(전체 대출 기간에 동일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융자기간이 7일 이내(6.0%→4.8%)인 경우를 제외하고 0.9~1.7%포인트씩 신용융자 금리를 올렸다.
이 외에도 다올투자증권(일부 구간 0.1~0.6%포인트씩 인상), IBK투자증권(모든 구간별 0.5%포인트씩 인상), 신한금융투자(구간별로 0.4~1.6%포인트씩 인상) 등도 이자율을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상승에 맞춘 신용융자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레버리지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만큼 빚투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그동안 낮은 금리에 은행에 있던 자금들이 호황을 맞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큰 흐름이 있었으나, 현재는 금리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시장이 안 좋은데 금리도 오르니 레버리지 투자를 해야 할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량 반대매매 현상이 앞으로 더 나오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통상 반대매매는 시장이 급락했을 때 자주 보인다”며 “개인 투자성향 차이를 배제한다면 앞으로 반대매매가 급증하는 모습은 잘해야 한 번 정도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에 실질금리가 플러스인 상황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연준의 더 강한 매파적 행보가 나온다면 증시가 출렁일 수 있으나 이마저도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라 급락보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