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13일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는 빅스텝보다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2.25%로 복귀한 것은 2014년 8월(2.25%) 이후 8년여 만이다. 한은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이번 달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빅스텝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다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고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기대"라며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서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예측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2.75%가 될지 그 밑이 될지 3.0%이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에 따라 유가가 변화할지 여러 요인에 달려있다"며 "지금으로서는 2.75~3.0%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6%)을 기록했다. 실제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7.4% 급등했다.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6월 기준 3.9%로 5월(3.3%)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총재는 또 긴축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중립 금리의 하단 정도에 온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1~2번 더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긴축으로 표현하기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린다는 발언에 다음달 연속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나오자 다시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빅스텝 가능성이 없다는 표현은 너무 강한 표현 같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하는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인데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내외 상황에 따라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도 금리인상 기조를 분명히 한 바 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앞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