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지 18년, 그 동안 많은 사회, 경제발전과 함께 요우커의 여행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하게 개별자유여행을 즐기며 문화소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요우커들의 새로운 특징과 트랜드를 파악하고자 한다.

■SMART: 디지털화된 요우커

20~30대 젊은 층이 요우커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모바일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스마트하게 여행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여행정보를 수집하는 데 오프라인 여행사보다 인터넷 혹은 휴대폰 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의 인기도 뜨겁다.

2015년 요우커 71%가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여행 상품과 정보를 검색하였는데, 이 가운데 48%가 실제로 모바일로 여행상품을 예약하거나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그 비중은 27%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진화 속도다. 반면에 전화로 상담하거나 직접 오프라인 여행사를 방문하는 비중은 2014년의 34%에서 2015년 13%로 뚝 떨어졌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여행 전문사이트,웨이보(微博), 웨이신(微信·Wechat) 등 SNS를 통해 정보를 얻고자하는 비중도 여행책자 등 전통적 오프라인 방식을 앞섰다.

특히 연소득이 20만 위안(약 34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밀레니엄 세대의 경우 웨이신의 공식계정(公衆號)(48%)10, 웨이신 모멘트(朋友圈)(47%),여행전문 APP(42%)를 가장 중요한 해외여행 정보획득 경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중국의 국민 SNS인 웨이신의 파워을 실감케 했다.

요즘 해외여행을 떠날 때에도 스마트폰은 요우커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보통 해외데이터 로밍보다는 현지 통신사의 선불 유심(USIM)칩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한국의 경우 1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7일간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현지 SIM카드를 사용하는 요우커가 33%에 달했다.

관광지 주변의 다양한 맛집과 숙소 정보는 물론 통번역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KAYO(咖游韓國) APP 사용자 수가 1년 사이에 3배로 급증했고, 한유(韓遊), 한차오(韓巢) 등 한국여행 전문사이트를 통해 입장권을 미리 예약하거나 할인쿠폰을 챙겨오는 요우커도 적지 않다. 과시욕이 강한 요우커에게 멋진 여행사진을 수시로 SNS에 올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가 없다.

호텔닷컴(Hotels.com) 의 보고서13에 따르면 2015년 요우커가 해외호텔에서 머문 동안 가장 원하는 서비스가 무료WIFI(75%)이고, 그 다음으로 중국어 지도, 중국어 가능 직원, 유니온페이(銀聯 UnionPay) 결제방식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INDEPENDENT :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요우커

요우커라고 하면 아직도 깃발을 든 가이드를 앞세우고 명동, 경복궁을 돌아다니는 시끌벅적한 단체관광객의 모습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도를 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도심 곳곳을 살피는 중국인 여행객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들의 해외 개별여행 상품 판매실적이 최근 5년간(2011~2015) 연평균 증가율(CAGR) 99.4%14를 기록할 정도로 보다 자유스럽고 독립적인 여행을 즐기고 싶은 요우커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WTCF에 의하면 2015년 단체관광을 선택한 중국인 해외여행자 비중은 33.9%로 2013년(37.4%)보다줄었으며, 2015년 한국을 찾은 요우커 중에 개별여행객의 비중도 56.7%로 절반을 넘었다. 이는 젊은 요우커 증가, 개인비자 규제 완화, 해외여행 경험 증가, 단체관광상품에 대한 낮은 만족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이며 자연스러운 추세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2013년) 은 중국관광객을 해외여행경험을 기준으로 초보여행자와 경험 많은 여행자로 나누고 있는데 초보 여행자, 특히 나이가 45세 이상, 월소득 1만위안(약 170만원) 이하의 경우 단체관광을 선호하는 반면,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젊은 층은 개별여행을 더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더 많은 여행지출, 숙박비 아끼면서 쇼핑

‘싼커(散客)’라고 불리는 중국인 개별여행객의 여행지출이 단체여행객들보다 더 높은 것이 특징이다. 2015년 중국 해외 개별여행객의 1인당 지출은 전체 해외여행객 평균보다 18% 많았고, 한국을 찾은 중국 개별여행객의 1인당 지출경비도 2483달러로 중국 단체여행객과 전체 외래관광객보다 각각 19.4%, 31% 높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쇼핑의 시간과 선택의 자유가 있는 개별여행객들의 경우 백화점을 많이 이용하는 반면 단체관광객은 대체로 면세점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한 개별여행객이 또한 전반적으로 숙박비와 식비를 아껴가면서 쇼핑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에서 2015년까지 그들의 쇼핑지출이 전체경비에 서 차지하는 비중이 54.5%에서 68%로 급증하였지만 숙박비와 식비 비중은 6%p 줄어들었다. 이는 ‘잠을 자는 것’에 투자하는 것보다 두고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을 사는 것이 낫다는 실용주의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교통이 편리한 비즈니스 호텔 혹은 게스트 하우스 등 저렴한 숙소를 골라 이용하면서 명품을 싹쓸이하는 진풍경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패턴은 모든 ‘싼커’에게 적용될 수 없다. 인원수는 적지만 업계의 알짜배기로 불리는 상위 10% VIP 요우커(奢尙客)는 럭셔리한 고급호텔을 매우 선호하기 때문이다. 평균 1일 숙박비 지출이 439달러에 달하는 그들의 1순위 선택은 글로벌 체인 호텔 (46%), 그 다음은 특색이 있는 고급 로컬 호텔(28%)로 나타나 개별 관광객들의 소비 양극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 관광지역 다변화 진행중

정해진 노선을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개별여행 요우커가 많아지면서 관광지역의 다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명동, 종로 일대에만 집중되었던 요우커의 발길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2015년 남대문시장,인사동 지역을 방문한 요우커 비중이 다소 감소한 반면 신촌과 홍대 주변, 잠실, 강남역 일대를 찾는 요우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에 요우커의 주요 방문지 TOP 10에 진입하지 못했던 신촌, 홍대 주변과 강남역일대는 뜨고 있는 새로운 ‘쇼핑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조로운 ‘명동-경복궁-남산’ 3박자 코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고 한국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고 싶은 요우커들은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럭셔리 1번지’인 청담동, 개성 넘치는 ‘트랜드 메카’인 가로수길,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나온 커피숍까지 파고들면서 새로운 관광지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넓히는 탈(脫)서울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2015년 서울을 방문한 요우커의 비중은 76.1%로 2011년(91.3%)보다 다소 낮아졌으나 이러한 방문권역 확대는 주로 제주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2015년부터 김포공항을 경유해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서울 주변지역에서 5일동안 무비자 체류를 허용한 것과 관련이 크다. 경기, 경남, 강원 등 다른 지역을 찾는 요우커의 비중은 과거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개별관광객이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교통요건과 부족한 정보, 그리고 단순 쇼핑 일정으로 짜여진 단체관광상품 등이 원인으로 판단된다.

요우커는 쇼핑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중국 젊은 사람 사이에서 ‘쇼핑’을 ‘쉐핀(血拼) ‘이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피가 터질 정도로 전력을 다해 분투한다’라는 뜻으로 필사적으로 앞다퉈 구매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싸오훠(掃貨)’라는 말도 요우커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빗자루로 진열대 위에 있는 상품을 쓸어 담듯 이 싹쓸이 쇼핑한다는 뜻이다.

WTCF에 의하면 중국인 해외관광객의 여행경비 중 57.8%가 쇼핑에 쓰이고 있다. 특히 ‘쇼핑 천국’으로 불리는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의 경우 이 비중은 67%에 달했다(2015년). 쇼핑 삼매경에 빠지다 보니 전체 지출도 눈더미처럼 불어나기 일쑤다. 2015년 방한 요우커의 평균 1인 지출경비가 2319달러로 전체 외국인관광객 평균수준의 1.4배에 달했다. 한국 방문시 꼭 사야 할 ‘머스트 해브(must have)’ 리스트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전기밥솥, 원액기 등 가전제품부터 MCM 가방,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화장품, 바나나맛 우유까지 다양하다. 요우커의 ‘쇼핑 사랑’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첫째, 과거에 비해 쉬워졌으나 대부분 중국인에게 해외여행은 일상다반사처럼 흔한 일이 아니므로 ‘모처럼 왔으니 많이 사야지’라는 심리가 작용된다. 또한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궁가부로(穷家富路)’, 즉 집에서 돈을 아껴 쓰더라도 집을 떠나 길에 나서면 돈을 많이 쓰기 마련이니 넉넉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소비관념을 지니고 있어 해외에서 과소비에 대해 관대하게 보고, ‘트레이드 업(Trade-up)’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둘째. 중국에서 한 사람이 해외여행에 가게 되면 친구, 친척 혹은 동료, 이웃들의 ‘쇼핑 부탁’이 쇄도한다. 이른바 ‘그림자 소비(影子消費)’의 영향이 크다.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요우커를 보면 같은 상품 여러 개를 구매하고, 선물용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 한중간 상품 가격 격차가 심해 많이 살수록 돈을 번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다. 넷째, 중국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단순히 임금소득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국 내 집값 급등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입은 사람들이 많고, 다양한 음성소득이 있을뿐더러 기업의 지원금을 받고 여행길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명품 사냥에만 열광하던 요우커들은 한국문화를 구매하는 ‘경험적소비’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4년 관광공연(관광 프로그램에 포함된 공연)18의 외국인 관람객 중 중국인이 100만8318명으로 2012년보다 2배 이상증가했다. 한국을 보다 색다르게 체험해보고 싶어 한국여행 전문 사이트인 한차오(韩巢)에서 각종 공연 티켓을 사전에 구입하고 방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명동의 ‘난타’ 전용관은 주말이면 요우커들로 북적이고 객석의 80% 이상을 중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난타’, ‘점프’, ‘비보이’와 같은 대사 없이 춤으로만 표현하는 비언어(Non-verbal) 공연의 인기도 있지만, 그보다 더 높은 것이 한류스타콘서트다.

중국에서 콘서트는 아직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 티켓 가격이 해외보다 2~3배 이상 높다. 오직 콘서트를 보기 위해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한국을 찾는 젊은 ‘한류팬’이 많아지면서 관련 온라인 동호회와 카페까지 생겨나고 있다.

2015년 요우커가 한국에서 하는 주요 활동은 쇼핑(84%), 식도락관광(60.7%),자연경관 감상(36.1%) 순이며, 공연관람의 비중은 5.3%로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2011년 공연관람 비중이 1.1%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공연관람 및 민속행사 참가를 한국 방문기간 중 가장 좋았던 활동으로 꼽은 요우커의 비중도 5년 전 2.4%에서 3%로 높아져 미약하지만 발전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정리=김 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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