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가는 병원에 충분한 정보 제공하지 않아"
"의사에 요구된 주의의무 다했다고 보기 어려워"

지난 30일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환자 A씨와 가족들이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환자의 척추 경막외혈종을 발견하고도 돌려보내 다리가 마비됐다면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환자 A씨와 가족들이 충남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14년 10월2일 A씨는 허리통증으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전공의는 요추(허리뼈)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시행한 뒤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했다.

전공의는 A씨에게 “앞으로 3일간 휴일이라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당장 수술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했고, 병원은 A씨를 전원 조치했다.

이틀 뒤부터 A씨는 통증이 심해졌고,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전원 돼 척추 경막외혈종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하지마비 영구장해가 발생했다. 척추 경막외혈종은 증상 발생 후 12시간 이내에 수술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가족들은 2018년 3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를 전원 조치한 것을 병원 측 과실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1심과 2심은 병원 측 과실이 아니라고 봤다. 경막외혈종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보존적 치료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병원 측 항변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공의가 영상의학과 판독 없이 요추 MRI를 자체적으로 확인했다”며 “A씨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추후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었으므로 옮겨가는 병원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하급심이 주의의무 위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건을 원심에 돌려보냈다.

A씨는 현재까지 걸을 수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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