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 강한 의지 보인 중국 사업 철수
현재 사업 재개 논의 없어… 미국·유럽에 집중

셀트리온 본사 전경. 사진=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본사 전경. 사진=셀트리온 제공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글로벌 종합생명과학기업을 내걸고 3사 합병에 나선 셀트리온이 중국사업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 2위 의약품시장 공략이 실패로 돌아간 모습이다.

◆셀트리온 홍콩법인 청산 절차 진행 중

1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에 착수했다. 셀트리온그룹은 글로벌종합생명공학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요 의약품시장 가운데 한 곳인 유럽에서는 점유율을 꾸준히 높히며 안착에 성공했다. 전 세계 1위 규모인 미국시장에서도 직접판매 체제 구축 등으로 분주하다.

하지만 세계 2위 규모인 중국시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019년 3월 바이오의약품 중국사업을 위해 설립한 셀트리온 홍콩법인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 공략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직판(직접판매) 구축을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사업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12만 리터 규모의 중국 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고 직판 유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중국 당국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을 마친 제품은 중국에서 추가 임상없이 판매할 수 있게 해주고, 보험등재로 자기부담율을 낮춰달라고 주문했다”며 중국사업을 그룹 성장의 미래로 소개했다. 

◆국내 업체 잇따른 중국 진출과 대조

셀트리온 홍콩법인은 중국사업 추진을 위한 거점 역할을 맡았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0년 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와 협약을 맺고 12만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세웠다. 

중국 내수시장 공급을 위한 대규모 위탁생산(CMO)과 직판 네트워크 구축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다. 중국진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사업을 이어오던 중 우한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공장 설립이 미뤄졌다.

이후 중국사업은 표류했고,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중국 공장 설립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국 진출 백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셀트리온은 중국사업에 진척이 없자 올 초 셀트리온 홍콩법인을 청산하기로 했다.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잇따라 중국에 공장이나 법인 설립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글로벌 의약품시장 컨설팅기관 아이큐비아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의약품시장은 지난 2013년 930억달러에서 지난해 166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앞으로 5년간 2~5%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바이오업체들이 중국 문을 두드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중국사업 재개 논의와 관련해 “현재 얘기되고 있는 건 없다”며 “미국과 유럽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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