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졸업 이후 이동녕 전 국회의원 비서관 수행
티끌 모은 돈으로 1973년 태영그룹 창업, 성공가도 시작
5년 만에 경영복귀 선언했으나 태영건설 결국 워크아웃
자회사·SBS 지분매각 등 관심사… 윤세영 회장 행보 주목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태영건설 정상화 및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태영그룹 제공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태영건설 정상화 및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태영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회사 역사의 시작과 같은 인물이다. 윤 회장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언론계와 체육계 모든 부문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고 태영그룹을 인정받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끊임 없는 성공가도를 달려온 만큼 회사 내부에서도 큰 신뢰를 받는다

윤 회장은 최근 5년 만에 경영 복귀를 알렸다.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걸 다 바친다고 각오했지만 결국 사건이 터졌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고 윤 회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전례없는 위기속 태영건설을 다시 재건시킬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자수성가형 '사업가', 50년 역사 이끌다

윤 회장은 1933년생으로 만 91세 노장이다. 그는 1933년 해평 윤씨 집안이 모여 살던 작은 동네인 강원 철원군 동송면 오지리에서 태어나 1951년 피란 속에서 가족과 흩어지는 등 성장통을 겪었다.

그는 중학교 때 서울에 정착해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이후 이동녕 전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냈고 이후 건설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미륭건설(현 동부건설) 영업담당 상무이사 역할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고 자신감을 얻었다.

윤 회장은 10여년 동안 모은 돈을 토대로 1973년 11월 태영개발주식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좋은 사람들과 맺은 인연을 유지한 것이 큰 도움이 됐고 현재 업계에서 인정받는 최고경영자(CEO)로 거듭났다.

윤 회장은 1990년 공보처로부터 서울 민자방송 사업자에 선정돼 SBS를 출범했고 지금의 SBS미디어그룹을 키웠다. 당시 태영건설은 농심과 인켈, 중소기업중앙회, CBS 등 대중에게 알려진 쟁쟁한 기업들을 꺾고 사업권을 따냈다.

그는 태영건설 창업 이후 창덕궁 보수공사 등 문화재 보수공사로 근근이 살아가다 1980년대 국내 건설 붐에 힘입어 사세를 키웠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로 늘어난 정부의 공공발주 공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989년 도급순위 1위 건설사에 오르며 상장에 성공했다.

윤 회장은 방송과 주택, 환경, 레저, 관광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태영건설을 키웠다.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한국민영TV방송협의회 초대 회장, 한국방송회관 이사를 지냈고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초대 총재, 대한골프협회장 등도 역임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현재 태영그룹의 자산 규모는 10조가 넘는다. 시골에서 태어난 윤 회장이 이정도 업적을 일궈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안정적으로 태영그룹을 키워온 그는 2019년 3월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건설업계 전체가 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경영 일선 복귀를 결정했다. 그는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올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해 SBS 지분 매각 등 윤 회장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해 SBS 지분 매각 등 윤 회장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태영건설 제공

◆손 쓰기 전 무너진 태영건설, 노하우 '절실'

윤 회장이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5년 만에 경영복귀를 알렸으나 한 달도 되지 않아 그의 꿈이 무너져버렸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6위에 올랐던 태영건설이 지난해 12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소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이미 몇개월 전부터 PF 부실 기업으로 지속 거론되자 태영건설은 일부 매체에서 거론된 유동성 위기와 금융당국 구조 요청 등을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부동산 PF 대출로 위기에 빠졌고 결국 워크아웃 수순을 밟았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으로 잘 알려진 태영건설은 올해 PF 대출 만기를 갚아야 한다. 지난해 12월(3956억원)부터 올 4분기까지 1년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만 3조60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 1조9300억원에 부채비율은 478.7%로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결국 2013년 쌍용건설 이후 대형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초부터 금 조달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1월 지주회사인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으며 9월에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차입했다. 하반기에는 계열사가 태영건설의 PF유동화증권 일부를 직접 매입하거나 태영인더스트리 등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줄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큰 반전을 이루진 못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윤 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이 쏠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에코비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확정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이를 수용하면 채권단 주도로 에코비트의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SBS 지분 매각도 큰 관심사지만 방송업계는 태영그룹이 SBS를 매각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지난해 12월27일 종가 기준 SBS 시가총액은 5686억원에 달하는 만큼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유진그룹에 매각된 YTN(24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윤 회장의 복귀가 태영그룹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그가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는 레저 계열사 ‘블루원’을 비롯해 ‘평택싸이로’, ‘인제스피디움’ 등을 매각해 자금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영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윤 회장의 노하우가 절실한 상황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공사는 계속 진행되며 현재 현장도 아무 문제 없이 돌아간다”며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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