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현대차그룹 투자 적극 환영
다만 통상 정책 말 바꾼 전례 있어
다음 달 2일 관세 발표 지켜봐야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현대차그룹이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전격 발표하며 미국의 관세 레이더망에서 한걸음 벗어났다.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현대차는 관세가 없을 것”이라며 화답했지만, 업계에서는 후속 조치를 확인하기 전까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28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물류, 철강, 로봇, 에너지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함께 자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현대차를 한껏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 확대, 철강 산업 강화, 원자력 기술 확대 등을 주장했는데, 현대차그룹이 이 요구에 딱 맞는 투자계획을 밝힌 것이다.
특히 그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철강을 만들고 자동차를 생산하며 그 결과 관세를 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관세 위협에 마음을 졸이던 자동차 업계는 이번 발표로 일단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총대를 메고 미국의 관세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며 “자동차 업계 공급망 불안정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이번 발표로 현대차그룹은 이제 미국에 (차량 등을) 단순히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자동차 밸류 체인을 미국에서 수행하는 미국화된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관세 발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언한 말을 뒤집은 전례가 있고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라는 말 앞에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뼈 있는 조건을 붙인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또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는 기업에 따라 차등 부과되지 않고 국가별로 부과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국가단위’ 결정을 바꿀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 앞서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통상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 트럼프의 평소 기질을 봤을 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