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경쟁력 강화·파운드리 격차 해소 관건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문장이 5월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전 부문장은 지난 1년간 반도체 사업의 위기 속에서 체질 개선과 경쟁력 회복을 추진해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영현 부문장은 지난해 5월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DS부문은 실적 부진과 기술 경쟁력 약화로 위기를 맞았고, 삼성전자는 이를 타개할 인물로 메모리 분야 전문가인 전 부문장을 원포인트 인사로 전격 기용했다. 기존 경영진이 연말 인사에서 대부분 교체된 것과 달리 전 부문장은 이례적으로 상반기에 임명되며 위기 극복의 최전선에 섰다.
전 부문장은 취임 이후 DS부문의 실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의 기술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HBM3E 개발에 집중하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HBM3E 12단 제품의 인증 및 공급 확대를 추진했다. 또한 차세대 제품으로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전 부문장은 "HBM3E 12단 제품이 하반기부터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정하다. 특히 HBM3E의 경우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지 못해 공급 일정이 늦어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대했던 시장 주도권 확보에 차질을 빚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결과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 34%를 기록하며 SK하이닉스(36%)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용 HBM 수요 회복 덕분에 시장의 우려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메모리 부문은 서버용 D램 판매 확대와 낸드 가격 저점 도달로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반면 파운드리 부문은 3나노 및 2나노 공정 지연과 주요 고객 이탈로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선방이 일시적 외부 요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 회복은 글로벌 경기 반등의 영향일 뿐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확보한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엔비디아와의 협력 강화로 HBM3E 공급이 확대됐으나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회성 수요에 기댄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기술 격차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특히 3나노 공정 안정화와 2나노 공정 개발이 지연되며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고객사들이 TSMC로 이동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 저하 우려가 크다.
전 부문장은 CXL(Compute Express Link) 기술 선점을 통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CXL은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CPU와 메모리 가속기 등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대화하는 기술로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도입이 실제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전 부문장은 기술 경쟁력 회복과 내부 조직 혁신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