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최근 유의미한 성과로 D램 '삼국시대' 열려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발표… '쩐의 전쟁' 시작
삼성전자, HBM 공급망 늘리고 HBM4에서 '진검승부'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올해 들어 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삼국 시대’를 열고 있다.
마이크론은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있는데, 점유율 2위를 방어하는 입장이 된 삼성전자는 하반기 HBM 공급량을 늘리고 차세대인 ‘HBM4’의 차질없는 양산에 집중해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올해 3~5월(2025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6% 늘어난 93억달러(비일반회계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뉴욕 증권가에서 추정한 전망치인 88억5000만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24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4.6% 급증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올 3분기는 전분기 대비 50% 이상 강력한 성장을 한 HBM 등 D램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며 “데이터센터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며 분기 최고치를 올렸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6~8월) 매출 전망으로 107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이 역시 시장 기대치(98억9000만달러)를 웃돈다.
마이크론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심기가 가장 불편한 건 삼성전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33년 만에 D램 점유율 왕좌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36.0%로, HBM 출하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3위를 차지한 마이크론은 24.3%를 점유하며 삼성전자(33.7%)를 10%포인트 안쪽으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삼성전자(39.3%)와 마이크론(22.4%)은 격차가 약 17%포인트였으나, 한 분기 만에 급속도로 좁아졌다.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용 그래픽 처리장치(GPU) 업계 ‘큰손’ 엔비디아에 지난 4월 ‘HBM3E 12단’ 공급 승인이 난 것도 삼성전자에 있어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기존 12단은 SK하이닉스가 독점으로 공급해 왔으나, 마이크론이 공급망에 참여하며 독점 구도가 깨졌다. 엔비디아는 이 제품을 최신 AI GPU 아키텍쳐 ‘블랙웰 울트라(GB300)’에 장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초부터 삼성전자는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력으로 손꼽히는 제품은 그보다 한 단계 더 위인 12단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12단에 대해 협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크론 관계자는 “HBM 생산량이 아직 적지만, 사양은 우리가 선두”라며 “올해 연말께 HBM 시장 점유율이 전체 D램 시장 점유율(20% 초중반)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생산 수율(합격품 비율)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론은 지난 12일 2000억달러(270조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서 올해 HBM등 D램을 위한 설비투자는 140억달러(약 19조원)로 책정하는 등 미국 기업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전 세계 투자자들을 흡수해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삼성전자에게 큰 위협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추격하는 동시에 마이크론의 ‘기술 굴기’를 따돌려야 하는 위치에 처했다. 회사는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과 다음 세대 HBM인 ‘HBM4’ 준비를 착실히 이행해 다시 D램의 왕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최근 삼성전자는 차츰 부진을 털어내며 이 전망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HBM3E 12단을 업계 2위 AMD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이달에는 브로드컴에도 8단 제품을 공급하는 등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12단 제품의 연내 엔비디아 투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또 차세대인 HBM4의 개발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에 업계 가장 진보된 설계를 도입하는 등 시장 선점 의지가 강하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向) HBM3E 12단의 연내 진입을 기대한다”며 “2026년은 HBM4 진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4분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