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김종현 기자] 관세 폭탄을 내세워 글로벌 '황제'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기를 든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경제적 독립을 위한 탈(脫) 미국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8일(현지시간) 양국간 무역을 3배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브릭스(BRICS) 국가들에 대해 10%의 추가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나왔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11개국 대표들은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겨냥 "근거 없는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와 상호관세의 무분별한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무역기구(WHO) 규칙에 어긋나는 일방적 관세 및 비관세 조치의 증가는 세계 경제를 왜곡하고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국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을 통해 세계를 협박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우리는 황제를 원치 않는다"고 직격했다.
그는 "트럼프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우리는 주권 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가 반(反) 미국의 기치를 든 것으로 본다. 미국 주도의 경제 패권을 견제하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탈(脫) 달러 등 미국에 대한 직접 도전은 없었지만 브릭스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만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은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가속하기로 한 것이다. 인도 역시 남미의 최대 경제블록인 메르코스르(Mercosur)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브라질의 룰라 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몸무림치고 있다. 최근 메르코스르를 앞세워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데 이어 싱가포르와 관세 철폐 협정을 맺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도 협상을 진행중이다. 유럽연합(EU)과의 FTA도 타결돼 현재 회원국들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