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문제은행·학습토큰 추진… 신금융 교육기관 전환
“보험사도 비트코인 투자 허용해야”…제도개선 요구

보험업계가 AI, 블록체인, 가상자산을 결합한 신금융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업계가 AI, 블록체인, 가상자산을 결합한 신금융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보험업계가 최근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가상자산을 결합한 신금융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과 자격체계, 상품구조 등 업권 전반에 혁신 모델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AI와 스테이블 코인을 결합한 교육 기관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연수원을 AI 신금융 교육기관으로 만들겠다”며 “기존 금융과 암호화폐, 블록체인이 융합된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험 관련 자격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문제은행을 구축하고, 이를 학습한 AI를 내년 상반기 중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학습자들은 온라인 강의나 시험 대비 과정에서 학습 활동을 할 때마다 연수원이 발행한 ‘학습 토큰’을 적립할 수 있으며 이 토큰을 교육비 결제에 사용하거나 외부 가상자산과 교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하 원장은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도록 만들겠다”며 “학습하는 과정에서도 돈이 벌리는 구조를 통해 AI 시대가 불러올 불평등을 완화하고, 시민이 지식 데이터를 제공해 수익을 공유하는 ‘시민수익공유경제’ 모델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해 ‘보험업 디지털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교육 영역에서 시작된 AI·토큰 활용이 앞으로 상품 개발과 영업, 자산운용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보험사들도 내부적으로 AI와 블록체인 접목 방안을 모색하며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1일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은 이미 보험 가입 절차, 보험금 지급, 대출 심사, 내부 투자 심사 등 주요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AI를 활용한 의사결정 보조와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생명은 고객 상담에 AI 음성봇을 적용해 안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AI Next Horizon 2026’이라는 중장기 전략을 내세워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KB손해보험도 교통사고 접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실 비율을 자동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DB손해보험은 외국인 고객 응대를 위한 다국어 통역 AI를 도입해 고객 경험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영업채널 지원부터 보험금 심사, 계리 업무까지 단계적으로 생성형 AI를 확대 적용한다는 전략을 내놨으며, NH농협생명은 임직원 대상 AI 경진대회를 열어 내부 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등 조직 차원의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보험업계에 대한 가상자산 직접 보유와 운용이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 원장은 “OECD 국가 가운데 법인이 비트코인을 살 수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생명보험사가 자산운용 수익을 고려한다면 비트코인 투자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가상자산을 보험업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보험사가 직접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없으며 자금세탁방지(AML), 회계 처리, 과세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규제 미비 상태에서 가상자산 도입을 서두를 경우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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