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전세대출 한도 잇단 제한…신용대출도 조기 소진, 2금융권 풍선효과
총량규제·DSR 3단계 겹쳐 여력 급감…“정책 효과 따라 금리 흐름 달라질 것”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연말로 갈수록 ‘대출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막는 등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1~12월 영업점당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했다. 입주자금대출도 정책성 상품을 제외하고 축소된다. 다만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접수는 허용하되, 모집법인별로 월별 한도를 관리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총량 관리를 위해 영업점별 판매 한도를 월 단위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고,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11월 실행분까지 주담대·전세대출 한도가 소진돼 더 이상 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받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지난 6·27 대출 규제책에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상반기 대비 절반으로 낮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신한·농협은행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고, 하나은행(95%)과 국민은행(85%)도 거의 도달한 상태다.
여기에 7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도 대출 한도를 줄였다.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원인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30년 만기, 연 4%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을 경우 2단계 규제에서는 3억6400만원이 가능했지만, 3단계에서는 3억5200만원으로 6700만원 줄어든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출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일 기준 765조6483억원으로, 한 달 새 1조5534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971억원 수준으로, 9월(399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주담대는 7097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8763억원 증가해 6·27 규제 이전인 6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한도 축소 전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출 규제는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도 낳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규제 시행 후 약 두 달간 저축은행에 접수된 개인 자동차담보대출 신청은 24만8000건으로, 올해 1~5월 일평균 2230건에서 5636건으로 2.5배 급증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 취급 건수는 27% 감소했고, 상호금융권에서도 18% 줄었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이 자동차담보대출로 몰린 결과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며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 시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6·27, 9·7, 10·15 대책을 통해 추가 대출 수요 관리기준을 강화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에 대해서도 “정상 사업장은 자금 공급을 유지하고 부실 사업장은 공·경매 및 PF 정상화 펀드 매각 등을 통해 재구조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2분기 30대 이하의 주담대 잔액 증가 폭은 9조4000억원으로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집값 상승 우려에 따라 20·3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5조7000억원 늘었고, 40대는 오히려 8000억원 감소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부동산 대책과 대출 억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시기”라며 “만약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금융안정 기조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인하 사이클 종료 분위기가 확산하고, 이는 기업의 조달비용 상승과 신용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대로 정책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크레딧(신용) 시장의 강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