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 후, SK그룹 통해 공식 입장
박용만 회장 “상생‧환경‧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 적임자”
정부‧정치권과의 소통 역할 강화 위해 상의 축으로 단결
남은 시간 다수의 인사와 면담 후 청사진 제시할 듯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제공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제공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1일 서울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에 단독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실상 수락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 후 SK그룹을 통해 밝힌 공식 입장을 통해 “추대에 감사드린다.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상의 의원총회는 오는 23일 열린다. 여기서 최 회장이 선출되면 3월 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그를 회장으로 선출한다. 서울상의 회장은 당연직으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겸임하기 때문에 최 회장은 4대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내 최고(最古)이자 최대(最大)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를 이끌게 된다.

서울상의 의원총회 개최일이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결단의 여지를 남겨놨으나, 이미 지난해 말부터 상의 회장단과의 물밑 접촉과정이 진행되어 이미 지난해 말부터 최 회장의 추대가 예견되었고, 그동안 진위 여부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만큼 이날 그의 입장은 사실상 추대를 수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남은 과정은 회장 선출시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방향을 잡는 것이 될 전망이다. SK그룹 오너들이 수원상의 회장직을 맡으며 상의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해도 경제단체장직을 수행해 본적이 없다는 점이 최 회장이 최종 결정을 주저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에 이날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박용만 상의 회장은 “4차산업 시대가 오고 있는 변곡점에 있는데, 본인의 경험 등에서 미래를 내다보는데 적합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5대 그룹 중 한 곳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대표할 자격이 있고, 평소 상생이나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에 현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의 언급을 들여다보면, 차기 회장은 회원사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두어왔던 대한상의는 이제 한국사회 전체 발전을 아우르는 인물이어야 하며, 이런 점에서 사회적 기업을 포함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최 회장이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경제단체들 가운데 유일한 대정부‧여당 정치권 소통창구로 대한상의가 지목된 점도 최 회장을 추대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에서 대한상의는 이번 정권들어 기존 상공업계는 물론 대기업의 이해관계도 챙겨야 해 조직의 위상은 커진만큼 다양한 이해관계를 모아 정부 및 정치권과의 대화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실제로 박 회장도 임기 내내 혼자서 발벗고 나서 정부와 정치권을 만나 기업의 입장을 설명했으나 결과적으로 얻어낸 성과는 매우 부족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면 그를 축으로 다수의 총수들도 그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 회장은 박 회장과 회장단은 물론 수원상의 회장을 역임한 사촌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등에게도 의견을 구한 뒤 새로운 상의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회장은 수원 출생으로 신일고, 고려대 물리학과, 美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선경에 입사한 뒤 1998년부터 현재까지 SK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상의는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상공회의소는 법정 경제단체로 전국 18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경제단체이자, 전 세계 130여 개국 상공회의소와 네트워크가 구축된 범세계적인 기구다. 1884년 창립해 국내 상공업의 태동과 발전을 함께 해 왔다.

전국 73개 지역에 상의가 포진해 있다. 이들이 대표 단체인 대한상의의 정회원이다. 상공업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비영리법인 및 단체의 중앙회 또는 이에 따르는 기관과 업종별 사업자단체는 특별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역대 대한상의 회장은 이중재(경성전기), 이세현(조양견직), 송대순(대한증권), 전용순(금강제약소), 전택보(천우사), 박두병(동양맥주), 김성곤(쌍용양회곻업), 태완선(대한중석광업), 김영선(대한재보험), 정수창(동양맥주), 김상하(삼양사), 박용성(두산중공업), 손경식(CJ) 전 회장 등 13명과 박용만 현 회장 등 14명이다. 이들 회장 가운데 두산그룹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 회장이 차기 회장직을 수락한다면 4대그룹 총수가 처음으로 자리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에 더해 지방 상의회장 배출 기업이 대한‧서울상의 회장을 맡는 첫 사례가 된다. SK그룹이 태동한 곳은 수원이다. 이에 10명의 역대 수원상의 회장들 가운데 최종건, 최종현, 조종태, 최신원 회장 등 4명이 역임했다.

특히, 최 회장이 자리에 오를 경우 4대그룹 총수가 맡는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총수와 전문경영인을 구분하지 않고 4대 그룹을 이끄는 기업인이 5대 경제단체 가운데 한 곳을 맡는 것은 2003년 전경련 회장에 선임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이후 18년 만이다. 오너로 따지면 1998년 김우중 전경련 회장(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23년, 1993년 부친 최종현 전경련 회장으로부터는 2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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