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다르다" 더 강해진 동학개미 기초체력
"개미 결집은 일시적" 결국 공매도세력 손바닥 안
한국 공매도체제가 개인투자자 발목 잡을 가능성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미국 게임스톱 공매도 사태에서 시작된 불길이 한국증시로 옮겨붙었다. 금융당국은 3월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앞서 공매도 세력과 대전을 준비한다. 동학개미들은 그동안 공매도 폐지와 금지기간 연장을 외쳐왔다.
시장에선 국내로 격전지가 바뀐 동학개미들의 상황을 놓고, 서학개미들이 미국 공매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과 다르게 분석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국내 공매도 제도 속에서 동학개미들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은 “미국은 상·하한가 제도가 없는 주식시장 특성과 공매도 의무 상환기간을 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크다”며 “국내에선 현재 공매도 상환기간이 내국인 2개월, 외국인 1년이지만 증권사와의 협약을 통해 재연장이 가능하다. 사실상 상환기간이 없어 개인보다 장기적 대주가 가능한 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주식 활황을 일으킨 개인투자자의 성공 배경은 공매도 제도의 일시적 금지에 따른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 시 현 시스템에선 개인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미국 공매도와 한국 공매도 시스템 차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제도는 사실상 만기 없는 상환기간, 편법적 무차입 공매도 가능, 업틱룰 위반에 대한 제재 부실 등이 난무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상환기간의 경우 미국은 의무상환기간을 둔다. 반면 국내 증시에선 의무상환기간이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나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고 통상 6개월~1년 단위 계약이 이뤄진다. 하지만 연장이 될 뿐만 아니라, 대차 물량에 대한 재대차가 가능해 사실상 만기 상환기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무차입 공매도도 표면적으로는 양국 모두 불가능하다. 미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발 금융위기 때 미국 SEC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시켰고, 한국은 외국인 무차입 공매도가 주가하락 등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0조에 따라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2결제일을 이용해 주식을 찍어서 매도가 가능하다. 즉 무차입 공매도 후 2일 안에 결제하는 수법으로 규제를 피해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다.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와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이렇다할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업틱룰(주식을 공매도할 때 매도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한 규정) 위반 제재 부실과 공매도 증거금 법정 규제 부재 등이 시장에서 괴리감을 낳는다.
특히 증거금과 관련해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Regulation T에서 공매도 거래시 증거금(최저한도)을 150%를 규정하는 반면, 한국은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87조(위탁증거금) 2항을 통해 증권사 재량으로 규정해 사실상 증거금 제한이 없다. 이는 개인에게 증거금 100%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기관·외인에게 증거금 면제 혜택을 부여해 무제한의 레버리지 활용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풍파를 견딘 개미들 vs 큰 그림 그리는 세력

현재 3월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는 미정인 상태다. 관계부처는 공매도의 제도적 허점과 제재 방안의 보안 고심 중으로 3월 재개는 사실상 연기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예정대로 공매도가 재개돼 세력과 동학개미들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돼도 과거 개미투자자가 추풍낙엽처럼 맥 못추던 시절과는 다를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그동안 공매도 세력이 진입하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게임스톱 사건에서 보여준 것처럼 개인이 세력을 상대로 결집된 힘을 보이며 압도적 우위를 가져갔다.
그 배경에는 세력과 맞서는 개인들의 세대적 특징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주식시장에 젊은세대들이 유입되며 열풍이 불러일으켰다. 이때 유입된 밀레니얼세대(1981~2004년 출생)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여기에 기존 금융시장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컸던 밀레니얼세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결집력을 보였다. 게임스톱 사태의 경우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수백만명이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세를 키웠고 공매도세력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었다.
그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과 상황을 활용한 처세술을 보였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예고했다. 지난달 31일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게임스톱 공매도 헤지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을 주도한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처럼 'K스트리트베츠'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허약체에서 전열을 다듬은 개인들의 위세가 대단하지만 시장에선 결국 세력의 큰 그림 안에서 놀아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게임스톱의 경우 지난주 400% 이상 폭등했던 주가가 2월 들어 이틀 만에 70% 이상 밀려났다. 이로써 지난주 200억달러의 손실액을 기록한 공매도 세력은 134억달러로 손실을 크게 낮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는 개인투자자의 투기 열풍이 점차 사그라든데 따른 회복으로, 주식투자의 정석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결국 세력에 맞선 개미들의 결집이 일시적 현상에 그친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