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비대면 진료 필요성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
의료계 "산업적 측면에서 수익성·효율성 우선시하는 결정"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관련 서비스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정치권도 산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제한적 원격의료 필요성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반면 환자를 만나지 않고 진료를 하는 건 보건의료가 가진 공공성보다 산업적 측면만 중요시하는 모습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계, “규제 정비되지 않으면 해외로 갈 수밖에”     

​산업계는 미국·중국·유럽 등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 관련규제를 푼 상황으로, 규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국내 업체들이 규제가 덜한 해외 시장으로 나가게 될 것으로 본다. 사진=픽사베이   
​산업계는 원격의료 규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국내 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본다. 사진=픽사베이   

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 8일 모바일 게임기업 컴투스와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의료 비대면 사업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닥터나우는 이번 MOU를 통해 기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컴투스가 개발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닥터나우는 환자가 앱으로 의사 진료를 받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을 통해 환자가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 받는다. 진료가 끝나면 의사는 팩스를 통해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낸다. 환자는 약을 택배로 배달 받는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닥터나우는 서비스 시작 10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수 50만명, 누적 앱 다운로드 35만건, 월 거래액 1억원,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0만건 달성 등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다.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이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 원격의료를 다시 금지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서비스를 금지시키는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각 업체는 자구책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원격의료를 속속 법제화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의료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중국·유럽 등의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련규제를 풀었다”며 “규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한국 업체들이 규제가 덜한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도입 논의 부적절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격의료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태구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격의료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이태구

민간에서 원격의료 서비스가 확대되자 정치권도 관련 법안을 속속 내았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원격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원격의료 허용 대상자는 ▲섬·벽지 거주자 ▲수술 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등이다. 지난 9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원격의료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산업 현장과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원격의료와 비대면 플랫폼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협회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를 어느 정도 보조할 수 있는지 과학적 분석자료와 정확한 통계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안전성과 효과성도 검증이 되지 않았고, 전문가 의견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며 “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국민건강과 공공성보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중요한 국가적 정책을 결정할 때는 관련 전문가의 의견과 관계자 간 치열한 논의,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한 단계다. 위기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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