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량 조절·생산량 감축 등 다양한 수단 총동원
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 등 5곳, 검찰 고발
육계협회 "신선육 특성·행정지도 고려 안한 처분"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육계(닭고기) 신선육 제조·판매업체들이 12년간 가격 담합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나며 과징금 1700억원이 부과됐다. 이들은 가격을 올리기 위해 외부 유통시장에서 육계를 사재기하기도 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 등 육계 신선육 사업체 16곳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58억23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하림에 가장 많은 406억원이 부과됐으며, 씨.에스코리아의 경우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과징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에 대해서는 법 위반행위 가담 정도 및 주도 여부, 공정위 조사 협조 여부, 과거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 산정식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량, 병아리 입식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담합했다.
씨.에스코리아, 플러스원을 제외한 14개사는 16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 판매가를 산정하는 요소인 제비용(도계 공정에 드는 모든 경비),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육계 가격은 생계 시세에 제비용·운반비·염장비 등의 부가요소를 더해 결정되는데, 부가요소는 독과점 시장지배자인 업체들이 합의할 경우, 담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할인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할인 대상 축소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서로 가격 할인 경쟁도 제한했다.
16개사는 20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는 방법으로 출고량을 줄이기도 했다. 도계된 육계 신선육을 시중에 공급할 경우 공급량 증가로 판매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육계 판매가를 구성하는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9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핵심 생산 원자재인 종란(달걀)과 병아리를 폐기·감축하는 방식으로 육계 신선육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생계시세는 생계 유통시장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가격”이라며 “사업자들은 인위적으로 생계초과수요를 촉발시켜 생계 시세를 상승·유지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6개 사업자가 구성 사업자로 가입된 한국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모임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를 활용해 담합을 논의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시정 조치에도 재차 발생한 담합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식품·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 물가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생계 위협형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2006년에도 하림 등 15개 사업자들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6억6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에 가담한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사건에 대해서도 별도로 심의 후 제재할 계획이다.
한편 육계협회는 이번 조치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신선육 특성과 관련 법령 및 농식품부 등 유관 부처의 행정지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분”이라며 “사업자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의 추가 심의 과정에서 구체적 내용을 재차 소명할 계획”이라며 “차제에 축산물의 특성에 맞는 수급조절 제도를 법제화하는 데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