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진  연합뉴스 제공)
국회 (사진  연합뉴스 제공)

국회가 가관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툭하면 민주주의를 능멸하고 대부분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내는 집단이라는 건 국민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최근의 행태를 보면 이런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정말 필요한 존재인지 근본적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나라 안팎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경제 악재로 가득하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뛰는 금리, 폭락하는 주식시장과 흔들리는 외환시장 등 어느 한군데 멀쩡한 곳이 없다. 가계부채가 1,90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오르는 금리는 국가 파탄의 트리거가 될수 있다. 이미 위기의 강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럴 때 가장 고통을 겪는 것은 민생이다. 가혹한 물가고에 서민의 한숨과 좌절은 깊다. 지난 5월 기준 경제고통지수(소비자물가 상승률+실업률)8.4로 지난 20015(9.0) 이후 21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정부는 현 국면을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민생안정 총력전을 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물가 급등 등 경제 위기로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가 정상적인 집단이고, 의원들이 상식적이라면 이럴 때는 마땅히 국민 고통 해소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의정활동이나 법안은 온갖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민생의 괴로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그러라고 위임받은 입법권 아닌가.

하지만 이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 국회가 벌써 3주나 공전하고 있는데 여야는 법사위원장 자리싸움으로 21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보다는 당내 주도권 싸움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연이은 패배의 원인이나 책임규명조차 제대로 못 한 채 당권 경쟁에 매몰됐다.

이러는 사이 몇몇 장관 인사청문회는 하염없이 늘어지고 있다. 국가 요직인 국세청장은 검증 없이 임명됐다. 시급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은 먼지가 쌓이고 있다. 이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입만 열면 '국민' '민생' 운운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은 상임위 출석 회수에 따른 특별활동비를 포함해 하루 약 43, 1,280만 원의 세비를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참으로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최근 "원 구성도 못 하는 유령 국회이니 무노동 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외쳤지만 귀를 기울이는 국회의원은 없었다.

작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993"우리나라의 정치는 4, 관료와 행정조직은 3, 기업은 2"라고 했다가 정치권의 이지메에 시달려야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삼성 등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은 일류가 되었으나 정치는 여전히 4류다. 정치의 주역이라는 국회의원 직함이 부끄럽지 않은가.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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