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최근 중국 베이징 대로에 시진핑의 독재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나붙은 이후 온·오프라인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검열이 광범위하게 강화하되자 시위는 화장실로 음성화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24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텐안먼 광장에서 가까운 베이징 시내의 쓰퉁차오 거리의 교량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난하는 현수막들이 나붙었다. 한 현수막은 '거짓말 말고 자존심이,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이, 노비 말고 공민이 필요하다'고 쓰였다. 또 다른 현수막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독자자이자 배신자'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 교량 현수막은 중국 공안에 의해 곧바로 철거됐으나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돼 SNS를 타고 전세계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러자 깜짝 놀란 중국 당국은 아예 국내 SNS에서 이 현수막과 관련한 모든 검색어를 차단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공개적인 온 오프라인를 통한 의사표현의 길이 막히자 시진핑과 공산당 독재를 비판하는 글들은 공중화장실 벽과 문짝으로 옮겨졌다.
중국 동부지역의 한 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러벤 우는 쓰퉁차오 거리 현수막에 영감을 얻어 공중화장실 벽에 '코로나19 제로 정책이 아닌 삶을, 도시봉쇄가 아닌 자유를, 거짓말이 아닌 존엄을, 퇴행이 아닌 개혁을, 독재가 아닌 선거를, 노예가 아닌 시민을'이라고 적었다.
또 서부 중국의 대학 졸업생인 첸 치앙 역시 당국의 SNS 검열이 심해지자 화장실을 자신의 견해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다.
그는 "화장실과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도 혁명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나라를 바꾸는데 공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열과 감시로 이런 공간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해야 한다는 억압받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약 3만2천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Citizendailycn'은 시 주석 비판 포스터가 전 세계 320개 대학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Citizensdailycn은 중국 국내에서 보고된 수십건의 반정부 대자보 가운데 절반은 화장실과 관계가 있다고 했다.
4만2000명의 팔로워를 가진 'Northern_Square'는 베이징과 텐진, 상하이, 광저우, 선전, 우한 등을 포함한 도시에서 8건의 '반(反) 시진핑' 화장실 슬로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베이징 교량 현수막 시위 이후 해외에서도 중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 대자보 등의 형태로 반 시진핑 구호 등이 활발하게 게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