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와이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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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김남규 기자] 한국은행이 단기금융시장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 예정에 없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카드를 꺼냈다. 내년 1월 말까지 6조원 한도로 RP를 매입할 예정이다.

한은은 27일 진행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증권사, 한국증권금융 등 한은 RP매매 대상 기관에 대해 총 6조원 수준(잔액)으로 RP를 매입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91일물 이내의 RP를 매입할 예정으로 주로 14일물 단기물을 활용해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유동성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복수금리 경쟁입찰 방식(입찰 최저금리를 준거금리+10~20bp 수준으로 설정)이며 내년 1월 말까지 시행한 후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은의 RP매입 방안은 지난 23일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때는 담겨 있지 않았던 내용이다. 한은의 RP매입 결정은 23일 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에도 단기물 중심으로 시장 위축이 지속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불안 심리가 진정되지 않아 불안 완화책이 필요한 것 같아서 RP 매입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단기금융시장의 원활한 자금 흐름을 위해 일시적인 유동성 위축 완화를 위한 RP 매입을 실시하지만 이는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공급되는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흡수되므로 기존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비상거시경제금융회 당시 발표한 대로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 대상 증권에 은행채 및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추가하기로 했다. 11월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만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은행채는 농업금융채, 수산금융채,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이고, 9개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예금보험공사가 해당된다. 기존에는 국채,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 정부보증채, 신용증권, 주택담보증권(MBS), 특수은행채 등만 가능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국내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고유동성 자산이 최대 29조원(9월 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들은 한은에 은행채 등으로 담보를 납입할 수 있게 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준수 부담을 완화할 수 있고, 장외외환파생거래 증거금 추가 납입 등에 대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LCR 비율이나 증거금 납부는 주로 국채, 통안채 등 고유동성 자산만 취급한다.

금융기관 간 차액결제 시 결제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던 담보증권 제공비율 인상 일정도 3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2025년 2월까지 매년 10%포인트씩 이 비율을 인상하기로 계획했고 이번 조치에 따라 내년 2월부터 현행 담보증권 제공비율이 70%에서 80%로 높아질 예정이었지만, 3개월이 연기돼 내년 5월부터 80%로 높아질 예정이다. 

또한, 100% 인상 시점도 2025년 2월에서 2025년 5월로 연기된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이 한은에 납입해야 하는 담보증권 금액이 59조7000억원에서 52조2000억원으로 7조5000억원 감소(24일 기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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