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엔 “4시간 동안 뭐 했나” 질타, 행안부장관 별도 언급 없어
대통령실 "책임 지우는 일, 잘잘못 가린 뒤 권한에 따라 이뤄질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1차 책임이 경찰에게 있다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다만 사퇴 압박을 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회의를 주재하면서 “안전사고 예방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일선 용산경찰서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제도가 미비해서 대응을 못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며 윤 청장을 질타했다. 

이어 “(참사 때) 첫 112 신고가 들어왔을 당시 거의 아비규환 상황이 아니었나”라면서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나”라고 대응 태도를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개한 것은 이런 생각을 공유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국민에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의에선 윤 청장과 경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집중됐지만, 정작 경찰력 행사 권한을 지닌 행안부 장관에 대한 언급은 일부에 불과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앞서 “집회나 시위가 아닌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에는 경찰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라고 입장을 낸 바 있다. 이 같은 입장과도 정면 배치되는 대통령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측은 이와 관련 “제도상, 시스템상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건 틀림없다”고 해명하면서 “책임을 지우는 문제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고, 권한에 맞춰 얼마만큼의 책임을 질지 판단한 다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역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한다. 그냥 막연히 다 책임지라는 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경질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며 “주어진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해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은 정부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가 재난컨트롤타워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미숙한 대응 등 파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안 질의에서 이 장관을 향해 “참사 예방부터 대응, 사후 대처까지 장관의 책임이 크다”며 “직에 연연할 게 아니라 수습을 위해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은 “지자체, 경찰이 사전대책을 세워 신속히 인력을 투입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이자 관재”라며 “이 장관은 참사 후 책임 회피로 희생자와 유족을 분노케 했다.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물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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