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중국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면세점 앞에 길게 늘어선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 행렬과 중국어 간판을 단 가게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특히 차이나타운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변모한 명동 등 주요 상권의 모습도 관광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요우커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세계로 향하는 요우커 붐은 경제성장과 소비고도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중국 중산층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여가 지출이 갈수록 커지는 소비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중국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의(衣)’, ‘식(食)’ ‘주(住)’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만을 충족하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질’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소득수준만 놓고 볼 때 현재 1인당 소득이 8000달러(2015년 기준)인 중국은 한국의 1992년 수준과 엇비슷하다. 통상적인 경우 1인당 GDP가 4000달러~1만달러 구간에 들어서면 자아가치 실현을 위한 소비욕구가 분출하고 여행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 1988년에서 1994년까지 이소득구간을 통과하였고, 그 사이에 해외여행자 수도 연평균 30%의 높은 성장률로 6.2배 급증했다.

특히 중국은 심한 지역격차로 소득이 4000달러인 지역과 1만달러대 후반인 지역이 공존하고 계단식 발전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와 같은 ‘급속성장’ 구간에 머무는 기간이 보다 더 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기간에 위안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줌으로서 해외관광 급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환율 페그제를 2005년에 포기한 후 2015년까지 위안화의 대 달러 가치가 24.8% 높아졌고, 같은 기간 대 원화, 대 엔화 가치도 각각 45%, 30.8% 상승했다.

중국여유(旅遊)연구소에 따르면 위안화 실질실효환율(REER)이 1% 절상할 때마다 중국인 해외여행자 수는 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이 치열한 유치전에 나서면서 비자 발급 간소화와 규제완화 조치가 속속 이뤄진 것도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현재 37개 국가가 중국에 대해 도착비자발급을 허용하였고,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복수비자 허용, 비자기간 연장 등을 통해 구매의욕이 왕성한 요우커를 잡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주, 강원 등 일부 지역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요우커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행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그 동안 품고 있었던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리고 억눌러왔던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정리=김 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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