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5일 웨일즈와의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5일 웨일즈와의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이란 공포 통치의 대명사인 혁명수비대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중인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을 경우  가족을 고문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21일 잉글랜드와의 카타르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국가 제창을 거부한 후 대표팀  전원을  회의에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혁명수비대는 선수들이 또  국가제창을 거부하거나  반정부 언행을 할 경우 가족들이 폭력과 고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굴복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 25일 웨일즈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국가를 불렀다. 이 경기에서 이란은 웨일즈에 2-0으로 승리해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수십명의 장교들을 카타르에 파견해 외부인 접촉이 금지된 선수들이 외국인을  만나는 지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루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도 이란혁명수비대로부터 협조를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정부에) 항의할 수 있지만 FIFA의 규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란 쪽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란 정권은 잉글랜드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선물과 자동차'를 약속했지만 국가제창을 거부하자 선수와 그 가족에 대한 협박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 중 고문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폭발했고,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잉글랜드전에서 국가를 불러야할 때 침묵했다.

한편 이란은 30일 미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다.  이란이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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