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중국 부자들의 재산 도피처가 되면서 고급 주택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가 중국 부자들의 재산 도피처가 되면서 고급 주택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중국의 '슈퍼리치'들이 불안한 미래를 이유로 싱가포르 등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있다.

시진핑 정권이 권위주의적이고 민족주의로 국가를 이끌면서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는데다 부유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부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와 부패 단속을 강화하면서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싱가포르에 재산을 빼돌리는 사업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싱가포르 은행의 한 자산관리자는 "최근과 몇년간 중국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의 자산유입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업가가 중국의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당국의 자의적인 조사 등을 이유로 중국 밖으로 재산을 옮기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 주석이 주도한 반부패 운동으로 최근 5년간 100명 이상의 공산당 고위 간부와 수만명의 공무원 및 기업인들이  기소되면서 돈 많은 사업가들의 불안이 가중됐다.

최근 실종됐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투자은행의 거물인 '차이나 르네상스'의 바오판 회장이 그 예가 되고있다.

바오판 회장은 당국에 연행되기 전 재산도피처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과 홍콩에 있는 재산을 옮기기 위해 싱가포르에 개인 자산관리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지점을 둔 한  대형 글로벌은행 관계자는 "중국의 현재 정치환경이 부유한 사람들에게 과거에 비해 덜 관용적으로 바뀌면서 부유한 사람들이 자산을 빼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중국 자금의 싱가프로 유입은 부동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판매된 고급주택 425채 가운데 중국본토 구매자의 비중은 25%에 달했다.

이런 흐름속에서 작년 싱가포르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은 14%나 오르고 주택 임대료는 33% 급등했다. 홍콩과 호주 시드니 등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싱가포르의 자산관리사무소는 2021년 700개에서 작년엔 1500개로 늘었다. 이중 절반 가량은 중국과 관계가 있다. 싱가포르의 남쪽 해안관광지인 센토사섬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은 작년 88만 싱가포르 달러(약 66만 달러)로 2019년보다 배로 뛰었다.

비싼 차를 굴리며, 최신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입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중국 본토인들이 크게 증가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개인이 일정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본인과 가족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금이 싸 조세회피처로 매력이 있을뿐만 아니라 '재산 프라이버시' 를 확실하게 지켜주기 때문에 외국인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중국어 사용이 가능하고, 음식이나 풍습 등 문화적 전통이 비슷하며, 지리적으로 중국 본토와 가깝고, 국민소득이 높아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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