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이끄는 축구협회가 승부조작 등 비위로 징계받은 축구인 100명을 사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16강 진출과 축구계 화합을 위해 사면을 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스포츠맨십을 뭉개버린 '폭거'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30일 축구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8일 클린스만 감독의 A매치가 열리기 직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열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사면 대상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해 제명된 선수 50명 가운데 48명도 포함됐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성과와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과 새출발을 위해 사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페어플레이가 생명인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의 자긍심을 내팽개친 승부조작 등에 관여한 축구인을 대거 사면한 것은 충격적이다.
축구계에서는 지난 2013년 7월 최성국 등 승부 조작 혐의가 있는 축구인의 사면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질타에 막혀 무산된 사례가 있다. 당시 축구협회장도 정몽규 회장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였던 지난 2011년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제 살을 깎는 아픔이 있어도 축구의 기본정신을 저해하는 모든 암적인 존재는 도려내야 한다"고 했었다. 그 '암적인 존재'를 이번에 다시 살린 것이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인스타그램 성명에서 "기습적으로 의결한 사면에 강력히 반대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붉은 악마는 "정몽규 회장 이하 협회 수뇌부가 12년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 월드컵 16강을 왜 범죄자들의 면죄부로 사용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축구협회의 이번 결정은 아주 나쁜 선례가 되고 말았다. 이제부터 승부조작은 안 걸리면 장땡, 걸려도 10년만 버티면 사면이라는 공식이 갖춰졌다"고 했다.
하 의원은 "카타르 16강 진출 축하의 성과를 승부조작 주범자에게 준다는 축구협회의 논리는 그야말로 '헬피엔딩(선한 사람은 피해보고 악한 사람은 대우받는 결말)'이 됐다"면서 "관련 내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샅샅이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