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박성필 기자] 기아 노조 간부들이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하청업체 소속 여성 영양사들을 회식에 강제로 참석케 하고 술을 따르게 하는 등 갑질 의혹과 관련해 노조 측이 사과했다.
금속노조 기아 화성지회는 25일 소식지를 통해 “식당 관련 사업 중 과도한 언행으로 급식업체 관계자 및 조합원들께 커다란 실망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27일 블라인드와 금속노조 기아 화성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기아차 화성지회 노조와 복지·총무팀 간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구내식당 운영업체 현대그린푸드 소속의 글쓴이 A씨는 “고객사 복지·총무팀 회식에 영양사들을 강제로 참여시키고, ‘나는 여자가 따라주는 술 아니면 안 먹는다’며 접대부 취급했다. 초면에 나이가 많든 적든 반말은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익명의 힘을 빌려 누구라도 글을 올리고 싶었겠지만, 고객사에 당할 보복이 두려워 (폭로하는 것을) 모두가 망설였다. 하지만 갑질의 정도가 나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아 화성지회는 18일 소식지 ‘화성 함성소식’에 ‘회식 갑질’ 논란 관련 사과문에서 “현대그린푸드 직원의 익명 게시판 갑질 피해 호소글이 언론이 보도됐다”며 “노조는 언론 보도와 게시글의 내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피해 호소인의 진심을 의심하거나 왜곡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사실관계 확인 결과 금전 및 접대 등 어떠한 부정행위도 없었음이 확인됐다”며 “추측과 억측만으로 비난과 비방, 저주를 퍼붓는 것은 노조를 흠집 내고 단결을 저해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실관계를 떠나 피해 호소인께는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성지회가 갑질 의혹 제기자를 가리켜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피해 호소인’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향해 사용한 말로, 당시 문제가 된 바 있다.
노조는 다시 22일 대자보를 걸어 “세심하게 확인하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변상민 화성지회장이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를 찾아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불필요한 관행은 없애고, 잘못된 관행은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