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파격적으로 예우해 눈길을 끌었다.
20일 미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서부의 외교단지인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100세의 노구를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났다. 이날 면담에는 리창 총리도 배석했다.
키신저 장관은 시 주석과 회동하기 전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리샹푸 국방장관 등과도 얼굴을 마주했다.
키신저는 지난 1971년 이른바 '핑퐁외교'를 주도해 미중 수교 협상의 물꼬를 텄고 결국 1979년 수교로 연결시켰다. 그는 지난 50년 미중 관계의 토대를 만든 인물로 대결론자가 아닌 '데탕트주의자'이다.
키신저는 지금까지 중국을 100여차례나 방문한 중국 전문가이며, 역대 중국 지도부와 끈끈한 네트워크를 가졌다. 워싱턴에 부임하는 신임 중국 대사는 가장 먼저 키신저를 찾아 인사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CNN은 키신저와 시 주석의 만남은 그가 중국 지도부로부터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력자인 존 케리 기후특사가 시 주석과의 만남을 허용받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시 주석은 이날 "52년 전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 닉슨 대통령, 그리고 당신은 탁월한 전략적 안목으로 중미 협력이라는 정확한 선택을 했다"며 "중미관계 정상화 과정을 열어 양국을 행복하게 했고 세계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왕이 위원은 전날 키신저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키신저 스타일의 외교 지혜와 닉슨 스타일의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의 발전은 강력한 원동력과 필연적 역사적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을 바꾸려는 시도와 중국을 포위하고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키신저는 기회있을때마다 미국과 중국의 대화와 화해를 강조한다. 중국에 대한 무분별한 적대적 태도 대신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지난 5월 100세 생일을 앞둔 언론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이 거의 똑같다"면서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