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예비입찰...실탄 13조원 장착
국내 입찰 참여사들 초비상…산은도 고심
해양 협회들, 해외 매각 반대 성명 내며 우려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파크로이트가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예비입찰 후보로 참여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인수 최고가를 제시했다고 알려지며 국내 입찰 참여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계 일각에선 국적 해운업체를 해외 기업에 넘겼을 때 해상운임 상승·해운 보안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유현금 13조원… 막강한 자본으로 치고들어와
2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하파크로이트는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최근 진행한 HMM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업체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LX그룹, 동원그룹이 응찰한 가운데 해외 기업으로는 하파크로이트가 유일하게 들어왔다.
하파크로이트 측은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보유현금을 앞세워 여러 후보들 중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파크로이트는 독일 최대이자 글로벌 5위의 컨테이너선사다. 1847년 설립된 이후 지속적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현재 258척의 컨테이너 선박을 운영 중이며 선복량은 190만 TEU(약 6미터 길이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여기에 HMM 인수로 세계 시장 순위를 3위권으로 올린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운영 선박 341척에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이 돼 1·2위 업체인 MSC·머스크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입찰상황도 하파크로이트에게 불리하지 않다. 하파크로이트가 운영하는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는 HMM도 가입 돼 있다. 이에 하파크로이트는 HMM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산은과 해양공사도 고심… 애초 매각이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하파크로이트에 본입찰 참여 기회를 부여 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애초부터 해외 매각 계획이 없었던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파크로이트의 갑작스러운 인수전 참여로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파크로이트는 자본여력이 충분해 1조5000억원 이하의 현금·현금성자산을 가진 경쟁 후보들을 압도한다. 제시 금액 기준을 위주로 입찰이 진행됐을 때 무난히 본입찰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하파크로이트가 HMM 인수에 성공했을 때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23일 HMM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가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국내 최대 해운선사의 해외 매각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성명서에서 수출입 물량의 99.7%를 수송하는 해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HMM의 예비 입찰사 선정에 독일의 하파크로이트가 포함됐다”며 “국민의 혈세를 통해 살려 놓은 HMM의 매각 대상자에 해외선사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과연 해운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서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발생한 세계적인 물류난으로 해외 선사들이 부산항 기항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수출품을 실을 선박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우리 수출기업들을 위해 HMM은 추가 선복을 투입했다”며 HMM은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에선 1조원 규모의 영구채 주식 전환 계획까지 밝히며 HMM 매각을 추진한 결정이 무리수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자본시장이 경색 돼 한국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점”이라며 “매각측이 영구채 전환 계획을 강조하며 거래 규모를 최대 6조원 이상으로 키워놓은 것은 국내 기업에 확실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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