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구조 삼성전자 의존도 높아
차량 전장사업으로 사업 다각화 모색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삼성전기가 엔화약세와 스마트폰시장 침체 등 대외적 변수에 휘청이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다. 사업구조상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고 경쟁사 대비 초격차적 혁신이 없어 대외적 변수에 지나치게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꺼내든 삼성전기의 카드는 차량용 전장 부품시장이다. 포트폴리오를 전장부문으로 넓혀 난국을 타개한다는 셈법이다.
◆삼성전자 수주 의존도 높아, 변수에 취약
삼성전기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3분기 매출 2조3609억원, 영업이익 184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 영업이익은 41%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실적 하락 사유로 ‘엔화 약세’를 꼽았다. 엔화약세에 의한 일본 무라타 등 해외업체와 경쟁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외부 변수에 취약한 점이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로 공급망을 늘렸지만 이들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기도 직격타를 맞았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의 주요 매출처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6.3%(1조5399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32.2%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대한 수주 비중을 높였다.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2021년 상반기에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26.3%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대폭 감소했고 중국 내수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부진도 지속됐다.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다시 증가 추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사업 다각화와 수주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카메라모듈,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이 대부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부품이다. 매출 대부분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할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아 삼성전자 의존도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세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전기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 전장용 부품에 미래 걸었다
삼성전기는 좀처럼 수요 회복이 되지 않는 정보기술(IT) 부품 위주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전장용 부품 개발에 주력한다.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자율주행이 삼성전기에 있어서 기회 요인”이라며 “전장이라는 성장 파도에 올라타 자동차 부품 회사로 도약하겠다”며 IT 대신 전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전기는 IT 부품 비중을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장 부품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삼성전기의 주요 영위 분야인 컴포넌트 사업부의 전장용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90%가 넘는 컴포넌트 사업부의 MLCC 의존도는 고민거리다.
삼성전기는 파워인덕터를 ‘제2의 MLCC’로 키워 높은 MLCC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파워인덕터는 배터리에서 발생한 전력을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으로 변환시키고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이를 위해 7월 전장용 파워인덕터 양산에 나섰다. 자동차에 한대엔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많은 파워인덕터가 사용된다. 전기차·자율주행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는 2030년엔 자동차에 필요한 파워인덕터 탑재 수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 부품의 수주 확대로 삼성전기 컴포넌트·광학솔루션 사업부의 공장 가동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컴포넌트 사업부와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각각 64%, 66%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6%, 7%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점차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원택 삼성전기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은 7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장용과 서버용 MLCC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 역시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