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업계 간 1분기 실적 희비, 협상에 영향
철강사, 가격 인상 통한 수익성 방어 총력
조선업계 "원자재 가격 하락세 감안해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협상 주도권은 조선사 쪽으로 다소 기운 모습이지만, 철강사들은 실적 하락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 합의까진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상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두 업계 사이 이견차가 커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후판값 협상 결과가 앞으로의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립이 지속 중이다.
앞서 올해 1분기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수주 호황 속 동반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업황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앞으로의 실적 개선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선박 건조시 생산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실적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연간 실적에 청신호가 켜지는 등 추가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 조선업계는 가격 동결 혹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익성 악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철강사들은 가격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 1분기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은 부진했으며,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당분간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도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협상에 주도권은 조선업계 쪽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과 더불어 해외에서 값싼 철강이 유입되면서다.
조선사들 입장에선 중국, 일본산 철강 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지만, 철강사들은 이와 관련 서로 간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황 회복의 속도가 지체되는 등 올해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 협상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협상에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