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속 배터리·항공업계 '환손실' 직격탄
수입 원자재 의존도 높은 철강·석화기업도 비상
반도체기업, 북미 공장건설 비용부담 가중 우려

환율 급등이 국내 산업계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환율 급등이 국내 산업계 우려를 키우는 모습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 상승 리스크가 큰 기업들 중심으로 실적은 물론 재무건전성에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19일 환율은 1450원을 돌파했다. 1450원을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 

당장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들에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공기 대여(리스)비와 유류비를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업계나, 해외투자를 확대 중인 배터리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북미지역 공장 신증설 과정에서 달러화를 빌려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이에 상당한 외화부채가 쌓인 상황이다.

각 기업들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외화부채가 6조8284억원에 달한다. SK온의 달러 부채는 3조4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SDI는 이를 따로 기재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기준 이미 4조4311억원의 외화부채가 있다. 

이들 기업의 북미 투자는 대부분 달러로 진행된 만큼 환손실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각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투자비용 증가와 함께 자금조달에 차질도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철광석,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 역시 치솟는 환율 영향권에 속한다.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기업들도 환율 급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설비 투자 비용 증가 가능성이 가장 큰 부담이다.

주요 기업연구소장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매크로 지표 및 국가 신인도 관리, 예산 조속 집행,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 대한상의 회관에서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위기극복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업연구소장들은 “원화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민간소비 냉각, 기업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 및 고용 위축 등 내수 경제 부진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출단가 하락에 의한 물량 확대효과가 과거보다 축소돼 기업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예정된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재정 조기집행 등을 통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며, 당분간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의 신설·강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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