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영 계획에 불확실성 높아져
재계, 과감한 투자 보다 보수적 접근
환율 상승에 철강·항공사 등 직격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국회가 12·3 계엄 사태의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며 국내 재계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과 맞물린 탓에 재계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경영 환경을 고려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주요 기업들, 탄핵정국 흐름에 ‘촉각’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경제적에 미칠 파장과 금융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상계엄 때 기업들은 임원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번 탄핵 가결 이후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을 논의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계획을 점검한 바 있다.

LG그룹도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협의회를 열어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정치 상황이 혼란 속으로 빠져든 만큼 경영진은 수시로 회의를 개최하며 상황을 점검하고 탄핵 정국 관련 주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내년 경영 계획을 세우는 시기인데 외부 변수가 커지는 바람에 과감한 투자보다는 보수적 기조로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도 기업들이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간담회를 연다. 재계는 탄핵 파동이 미치는 영향을 정치권에 알리고 입법 지원 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한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긴장감 속에 국민 불편이 없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수립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탄핵 사태가 발발하자 전 사원에 공무 기강 확립 강조를 지시하고 비상 연락 체계를 철저히 하는 등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계엄 파동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지역 단위의 소규모 정전만 발생해도 놀라는 국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속 대응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연말이 어수선해지며 사회적 분위기도 엄숙해졌다. LS는 정식 지침은 아니나 명노현 부회장이 팀장들에게 회식을 자제하거나 간소화 해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어도 최근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하다 보니 아무래도 회식은 덜 하는 것 같다”며 “회식하더라도 차분하게 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환율 불안정이 가장 큰 위기

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수출 비중이 크거나 원자재 수입 물량이 많은 업종·기업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현재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내수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에 먹구름이 낀 철강업계는 원재료 수입 비중이 커 환율 상승이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은 환율을 안정화 할 방법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며 “탄핵 가결로 인해 일정 부분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을 맞은 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업계도 여객 수요 변동과 재무·영업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항공사는 고환율 등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기 때문에 당장 4분기 영업이익에 현 사태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 고객과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계엄 사태 이후 많은 외국 기업들은 한국 거래처 또는 외국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예상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거시경제가 계엄·탄핵 사태를 맞아 불확실성이 대폭 증가했다”며 “외국 회사와 투자자, 관계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상황을 잘 설명하고 긴밀한 소통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