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다각화·원가 절감·소재 개발 등 대응 분주
"장기 관점 연구 필요… 틈새 노리고 협력도 해야"

[서울와이어 이민섭 기자] 한국 양극재 기업들이 중국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업체들의 저가·대량 공급에 고전 중이다. 연구 개발을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고 틈새 시장 공략과 중국 기업과의 협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중국의 광물 데이터 업체 SMM에 따르면 중국 양극재 기업 팡위안(Fangyuan)이 배터리용 탄산리튬 생산과 스크랩 배터리 활용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30억위안(약 5746억원) 이하로 투자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 시장 상황은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 하락세 ▲시장 점유율 경쟁을 위한 자동차 기업의 대량 할인 전략 채택으로 인해 배터리 기업들에 가해진 압박 ▲LFP 소재 생산 능력의 전반적인 과잉 상태 등으로 분석됐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LFP를 중국에서 과도하게 공급하는 것은 맞고 중국 소재 기업들이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기업들끼리 단기적인 출혈 경쟁이 있을 수 있으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중국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김 지원장은 "한국 배터리 기업과 배터리 소재 기업은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며 "EV 시장에서 중국의 규모가 크고 한국 기업이 제3시장으로 가더라도 중국 기업을 만나 경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의 저가물량 공세에 대응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고 LG화학이 미국 테네시에 양극재 공장을 지어 관세 등에 대한 경쟁력을 높였다"며 "미국이 EV 관련해 제재를 많이 하는데 중국 자국 EV 회사를 제외하고 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공장이 대부분 북미에 집중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배터리에서 전구체 프리, 고전압 미드니켈 등이 공개되는 등 국내 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를 통해 LFP만큼 가격이 저렴한 삼원계 양극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LFP도 하반기에 파일럿 라인을 증강하려 한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비엠은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전구체 기업 GEM과 손잡고 양극재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고 비용 절감을 도모한다.
김 지원장은 "원료 수급 공급망을 구축하는 건 장기적 전략"이라며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상품 라인마다 매번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삼원계를 앞세워 기술력으로 앞서다가 결국 시장에서 LFP가 대세가 됐다"며 "속도를 좀 늦춰서라도 중국보다 단계를 앞서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제품이 나오면 그때서야 시장을 되찾거나 경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