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실적 덕분 1분기 영업익 '어닝서프라이즈'
중국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선행학습'
미주로 방향 전환...기존 브랜드로 외형 성장
트럼프 관세 대응 계획...중국 사업도 재정비

아모레퍼시픽 본사 외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본사 외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 소비자들의 화장대를 점령했다.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도전정신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탄탄한 뿌리를 만들어온 아모레퍼시픽의 노하우와 마케팅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뷰티의의 선구자'로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눈을 돌리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화수·라네즈' 앞장 중국 여성 홀렸다

2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에 1조6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1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2% 증가해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 재미를 봤다. 1분기 해외부문 영업이익은 6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0.5% 폭증했다. 매출도 40.5% 증가한 4703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6.9%에서 44.3%로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일찍이 2000년대 설화수를 글로벌 브랜드를 내세우며 기업 명성을 공고하게 구축했다. 2002년 상하이에 '아모레퍼시픽 차이나'를 설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펼쳤다.

2010년부터는 중국에서 주요 브랜드인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설화수 등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K뷰티 열풍을 선도했다.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고 특히 설화수 제품은 필수 뷰티템으로 자리잡았다.

2011년 1891억원이었던 중국 매출은 2012년 2083억원, 2013년 3365억원, 2014년 4649억원, 2015년 7658억원 등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1조909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의 벽을 넘어섰다. 

그러다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한류 금지령과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으로 도시 봉쇄까지 겹치며 중국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 결과 중국 매출은 2021년 1조2145억원에서 2022년 7909억원으로 35% 급감했다.

대내외 여건상 중국 사업은 축소됐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라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넥스트 차이나' 미주 집중 전략 주효

중국에서의 리스크가 커지자 아모레퍼시픽은 공격적으로 미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에 집중됐던 자사 브랜드를 분산시켜 미국에서 K뷰티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시장으로 방향을 튼 전환점은 코스알엑스 인수다. 코스알엑스는 서구권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뷰티 브랜드로 매출의 절반을 미국에서 내고 있던 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2021년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18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 코스알엑스를 통한 지분법 이익은 67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4월에는 잔여지분을 7551억원에 추가 확보하며 총 90.2%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코스알엑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미주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 고른 외형 성장을 보였다.

기존 자사 브랜드들도 우수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아마존에서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주 지역에서 선전하는 이니스프리는 매출이 70%, 라네즈는 127%, 설화수는 308% 증가했다. 특히 라네즈 대표 제품인 ‘립 글로이 밤’, ‘립 슬리핑 마스크’ 2개 제품이 립 밤 카테고리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을 선택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브랜드 한율은 지난 16일부터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를 통해 미국 전역의 세포라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요 제품을 선보였다. 인기 제품인 유자 라인의 수면팩과 토너패드 등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지역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구축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지난달 15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 고객사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생산시설 구축까지 5∼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의 변화와 흐름을 고려하면 조금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단기적인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의지는 변함없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 등 주요 전략 시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은 사업 재정비를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고객 접점을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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