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인버스로, 외국인은 반도체로
정책 기대에 올라탄 증시…증권가 시선은 엇갈려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코스피가 대선 이후 나흘 연속 상승하며 287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순매수에 나서며 시장 반등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등 반대 방향의 베팅에 나섰다.
◆외국인 ‘사자’에 올라탄 증시, 개미는 반대로 ‘팔자’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선 다음 날인 4일부터 전날까지 3조1000억원 가까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특히 4일 하루에만 1조970억원을 순매수해 코스피지수를 2.6%나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던 외국인의 ‘팔자’ 기조가 대선 이후 급변한 흐름이다.
외국인이 가장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그리고 우리금융지주, KB금융 등 금융주다. 외국인의 포트폴리오는 저평가된 우량 가치주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가진 종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기적 수급 안정성’에 기반한 매수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2조4200억원을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도주를 대거 팔아치웠고, ETF 시장에서도 레버리지 상품 중심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4~9일 동안 ‘KODEX 레버리지’에서 2329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에선 6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와 달리 개인은 지수 하락에 대비해 인버스 ETF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순매수 1위 종목(171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KODEX 인버스’도 429억원이 유입되며 상위권에 올랐다. 즉, 개인들은 지수가 너무 많이 오른 것으로 판단해 하락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개인은 차익실현과 방어 전략을 병행하는 양상”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관세 불확실성, 국내 성장 둔화 우려 등 복합적인 불안 요인이 개인의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 “상승 여력 남았다”…개인의 하락 베팅 ‘놓친 기회’ 될 수도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인의 방어적 선택이 오히려 '놓친 기회'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과열 신호가 있지만, 정책 수혜주와 저평가 가치주 중심으로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와 FOMO(투자 소외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결합되며 코스피는 2900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도 “현재 코스피는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3000선 진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한국 증시의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2900에서 3100으로 상향 조정하며,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바꿨다.
다만 증시가 단기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2900선까지 기술적 슈팅은 가능하지만, 그 이후 상승을 지속하려면 기업 실적 개선, 거시경제 지표 호조, 무역 환경 안정화 등 펀더멘털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RSI(상대강도지수) 기준으로 과열 신호가 이미 감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장은 정책 기대와 수급 요인이 주도하는 모멘텀 플레이 국면”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정책 수혜주나 수급 공백주가 적절하지만, 포트폴리오 중심에는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등 이익 가시성이 높은 주도주를 중립 이상 비중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 정책 역시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 5000시대를 목표로 집중투표제 확대, 공매도 제도 전면 재검토, 세제 개편 등 자본시장 개혁을 예고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주 친화 정책은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외국인 수급이 꾸준히 유입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