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선대 확장·선형 다변화 전략 병행
해상공급망 불안감 해상운임 상승 부추겨
대한해운, 가격 재협상 여지 생길 수 있어

[서울와이어 최찬우 기자] 벌크선 운임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2000선에 근접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팬오션·대한해운 등 국내 해운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BDI가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 우려로 지난 1월 700선까지 하락했으나 지난 13일 기준 1968로 가파른 반등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단기간 내 운임이 급등한 것은 지정학적 위기가 공급 측 변수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동 분쟁과 미국의 관세 유예 연장, 태풍 등 자연 변수까지 겹치며 해상 운송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벌크선 중심에서 VLCC까지 확대
BDI 강세로 팬오션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팬오션은 최근 해운 운임 상승 흐름에 맞춰 벌크선 사업 이외에도 선대 확장과 선형 다변화 전략을 병행한다. 기존 벌크선 중심에서 벗어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리스크 분산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친환경 VLCC 2척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홍해 회피 항로로 희망봉을 선택하면서 ‘톤마일’(운송거리×물동량)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전체 해운 업황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는 실질적 공급 감소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장기 계약 중심의 대한해운은 운임 상승에 따른 즉각적 수혜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가격 재협상 등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상 공급망 불안 고조… 재정비 불가피
이러한 기업별 대응과 더불어 해운업계 전반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외부 요인도 다시금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언급 등으로 주요 해상 통로에 대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문제는 수에즈운하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봉쇄가 이뤄지는 경우 대체 경로가 없어 우회가 불가능한 점이다.
파나마·수에즈 운하 등 글로벌 물류 허브의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해운사들은 선박 운항 경로와 선형 구성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업계에선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봉쇄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해상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해상운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급 과잉이 시장의 핵심 변수였지만 최근에는 공급망 불안과 지역 갈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의 상승세가 단기 반등에 그칠지 아니면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지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