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보] ‘돈 많을 땐 걷고, 없을 땐 푼다’…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사진=픽사베이](https://cdn.seoulwire.com/news/photo/202506/657864_861086_1921.jpg)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행은 이렇게 말한다. ‘걷어들인다’ 반대로 돈이 부족할 땐 ‘풀어준다’
경제에 필요한 ‘적정한 돈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통화안정증권(MSB)’이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이 채권은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공급하는 데 활용된다. 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면 시장의 돈을 거둬들이고, 경기가 위축되면 자금을 풀어 부양하는 방식이다.
통화안정증권은 한국은행이 단독으로 발행하는 유일한 채권이다. 주로 91일, 182일, 1년 등 단기 만기로 구성되며, 대부분은 할인채 형태로 발행된다. 할인채는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발행되어 만기 시 차익을 수익으로 얻고, 일부는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로 발행되기도 한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통안증권은 ‘무위험 자산’이다.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우려가 거의 없고, 단기 자금 운용처로서도 선호도가 높다. 다만 잦은 발행은 한국은행의 이자 지급 부담을 키우고, 시장 내 금리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과 왜곡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오는 7월 최대 7조2000억원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 중 6조5000억원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5000억~7000억원은 모집 방식으로 시장에 나온다. 아울러 2조 원 규모의 통안증권은 중도 환매된다. 늘어난 유동성을 조절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다.
통화안정증권은 환매조건부채권(RP), 통화안정계정과 함께 한국은행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공개시장운영 수단이다. 공개시장운영이란 한국은행이 금융기관과의 채권 매매를 통해 시중 자금의 흐름을 조절하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이 제도에도 손을 댔다.
한국은행은 유동성 상황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엔 14일 만기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정례화하고, 목요일엔 기존처럼 7일 만기의 RP 매각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이른바 ‘양방향 유동성 조절 체계’로 전환한 셈이다.
이와 함께 거래 대상 증권도 확대했다. 기존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 주택저당증권(MBS)에 더해 산업금융채, 중소기업금융채, 수출입금융채 등 특수은행채가 새롭게 편입됐다. 이는 RP 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또한 RP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의 선정 기준도 바뀌었다. 기존엔 은행·자산운용사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전체 업권으로 확대되고, 참여 실적을 평가해 우수·부진 기관을 가려내는 방식도 RP매입 실적을 반영해 개선된다.
이번 통화안정증권 발행 확대와 공개시장운영 제도 개편은 모두 ‘돈의 흐름’을 보다 유연하게 조절하기 위한 포석이다. 기준금리 자체를 조정하지 않더라도, 통안증권과 RP 같은 수단을 활용하면 시장에 조용히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 일상에서 이런 정책 수단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물가 급등이나 자산 버블을 예방하고 경기침체를 막는 데 있어 중요한 조절 장치다. 경제의 체온을 맞춰주는 보이지 않는 손, 그것이 바로 통화안정증권이다.
